장기간 지속된 경기불황에도 국내 완구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입산 ‘파워레인저’와 ‘레고’로 대표되던 국내 완구시장이 7년 전 국내산 ‘또봇’의 등장과 함께 몸집을 키운 것. 수입산의 공세에 기를 펴지 못했던 손오공과 영실업 등 국내업체들이 모처럼 미소 짓고 있다. 국내 완구시장은 연이은 히트 장난감들로 불황에도 불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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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성공 키워드, 변신형로봇·TV 방영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조2000억원이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손오공과 영실업, 오로라월드 등이 매출을 주도했으며 해외업체로는 반다이, 레고, 하즈브로 등이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모형완구, 피규어, 미니카, 장난감 소총 등을 제작하는 영세업체까지 더해 국내 완구시장은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특히 7년 전부터 시작된 국내업체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영실업은 2009년 또봇을 내세워 기사회생했으며 손오공도 ‘터닝메카드’와 ‘카봇’ 등의 제품으로 과거 장난감 명가의 명성을 되찾았다. 신규 완구유통채널을 선보인 오로라월드는 올 상반기 사상 최고실적을 거뒀다.
업계에 따르면 손오공은 상반기 누적매출 647억9596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액수다. 오로라월드의 상반기 누적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664억5255만원이다. 두 회사 모두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국산 완구업체들의 성공 키워드는 ‘변신형로봇’과 ‘TV 방영’이다. 2009년 또봇 열풍도 TV 방영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은 TV화면 안에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로봇에 매료됐다.
업체들도 TV 방영에 열을 올린다. TV 방영이 곧 매출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잘 알고 있어서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 시즌1이 마무리되자 지난 5월 <터닝메카드 W>라는 새로운 시즌을 론칭해 방영 중이다. <헬로카봇> 역시 시즌4가 전파를 타고 있고 영실업의 <또봇>은 무려 시즌17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또봇 탐험대 - 전설의 기사 기가세븐>이라는 이름으로 방영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원래 완구제품은 어린이날이나 연말이 매출 성수기지만 최근에는 TV에 방영되면 매출이 크게 뛰는 편”이라며 “TV 방영은 아이들의 로봇 구매를 유도하는 필수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다각화도 매출상승의 주요인이다. 터닝메카드나 또봇 등은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시회도 열었다. 캐릭터사업으로 문구·패션사업에 진출했고 교육용 교재에도 활용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해당 콘텐츠로 진행한 사업들은 대체로 ‘중박’ 이상의 성공을 맛봤다. 어느새 완구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업종으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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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브랜드 충성도… ‘스마트토이’가 돌파구?
완구업체들의 성장세 속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지금 인기를 끄는 터닝메카드나 헬로카봇 등도 유행주기가 끝날 수 있다. 2009년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또봇도 최근에는 인기가 시들해진 상태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점도 업체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터닝메카드가 좋은 것이지 손오공이란 회사가 좋은 것이 아니다. 손오공은 2000년대 초 ‘탑블레이드’라는 팽이완구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해당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회사도 위기에 봉착했다. 인기제품의 매출하락이 시작돼도 회사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완구업체의 과제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시선은 ‘스마트토이’로 쏠린다. 장난감에 사물인터넷(IoT)을 장착한 개념인 스마트토이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완구로 글로벌업체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블록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는 가속도 센서와 통신칩이 들어간 ‘레고X’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블록으로 집과 같은 구조물을 만들면 그 형태가 실시간으로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에서 재연된다.
국내업체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손오공은 ‘카봇’과 ‘펭토킹’ 등 자사 캐릭터를 활용해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교육용 완구를 제작 중이고 오로라월드는 모바일게임과 연동한 장난감 ‘헬로히어로’ 개발에 들어갔다. 영실업도 게임전문개발사에 의뢰해 로봇완구 ‘바이클론즈’를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완구협회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증강현실(VR)을 이용한 장난감도 개발된 상태”라며 “전세계 스마트토이시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1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IT기술과 결합한 융합완구는 업체에 새로운 먹잇감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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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과학. /사진출처=나무위키 |
▶아카데미과학
빨간색 사각형 바탕에 하얀 ACADEMY 글씨가 인상적인 아카데미과학사는 BB탄총과 프라모델로 1980~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워낙 제품라인이 탄탄하다 보니 최근에도 500여가지 완구를 제조해 판매한다. 2011년에는 교육용 완구 ‘로보카폴리’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해외수출 비중을 늘리고 교육기반제품으로 성장을 도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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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과학. /사진출처=나무위키 |
▶세미나과학
아카데미과학의 친인척(?)회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카데미가 오리지널제품 위주로 제작하면서 그동안 카피해온 제품 대부분을 이 회사로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 제품으로 1/35 UH-1헬기와 1/48 항공기 시리즈, 건담 제품 등이 있다. 2000년대 초 옆차기건담 등 일부 제품 출시 이후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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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과학 보물섬. /사진출처=나무위키 |
▶제일과학
카피 프라모델 전문회사로 과거 많은 업체들이 건담을 카피하던 시절 타미야(일본완구업체) 보병 시리즈, 보물섬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일본완구업체 아오시마의 로보다찌 시리즈를 카피한 보물섬 시리즈는 조립용 제품 중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70~80년대 외제품 불법수입 혐의로 처벌받은 뒤 회사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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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회관. /사진출처=나무위키 |
▶아이디어회관
1980년대 아카데미과학과 함께 쌍벽을 이뤘던 프라모델회사. 아카데미과학이 건담과 로봇, 각종 전차로 유명했다면 아이디어회관은 군용기 모델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80년대 당시, 제품에 ‘아이디어회관’ 로고가 있다면 ‘믿고 사는 완구’라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정도로 높은 신뢰감을 준 업체로 유명하다. 현재는 폐업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