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님’이라고 쓰인 머리핀을 꽂고 핑크색 앞치마를 두른 캐리가 ‘내가 만들어 먹는 붕어빵·핫도그’ 장난감 세트에 포함된 틀을 늘어놓는다. 붕어빵 틀에 반죽을 붓고 팥을 넣어 완성했지만 붕어빵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캐리도 민망한지 호탕하게 웃는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가지고 10여분간 ‘노는’ 캐리가 유튜브의 ‘뽀미언니’로 떠올랐다. 캐리는 유튜브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서 장난감을 언박싱하는 크리에이터다. 3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탄탄한 팬층을 보유해 캐리를 보려는 유튜브 구독자만 140만명이 넘는다.
지난 8월23일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서비스하는 캐리소프트의 윤달련 기획실장을 만났다. 그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예쁜 캐리언니가 장난감을 재밌게 갖고 놀면서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들을 위한 토크쇼’”라고 소개했다.
◆‘모모세대’ 위한 재밌는 콘텐츠
캐리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완벽하지 않다. 초콜릿을 만드는 장난감을 이용해 여러개의 초콜릿을 만들었지만 끝부분이 깨지는가 하면 점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마지막 단계에서 데코가 떨어진다. 그러나 아이들은 더 열광한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영상은 짜인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촬영해요. 직접 만드는 장난감의 경우 생각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찍는 경우는 드물어요. 아이들이 캐리의 이런 모습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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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련 캐리소프트 기획실장. /사진제공=사진제공 캐리소프트 |
장난감을 손에 든 캐리는 끊임없이 상황극을 진행하고 만드는 과정을 전한다. 윤 실장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에반튜브’, ‘토이몬스터’ 등 장난감을 언박싱하는 유튜브채널은 많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은 제각각이라는 것. 장난감도 협찬받지 않는다. 크리에이터와 기획실 등 전직원이 직접 구매하고 필요한 경우 외국에서 사들이기도 한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기본설정은 ‘캐리가 나한테 이야기하는 콘셉트’다. 따라서 영상의 배경은 까맣고 테이블은 하얗다. 오로지 캐리와 장난감에만 눈길이 가게 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캐리는 A4용지 묶음을 쌓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말을 건넨다.
캐리소프트는 하루에 한편씩, 3시에서 4시 사이에 영상을 업로드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쉬면서 캐리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매일 올리는 영상이지만 완성도가 높다. 윤 실장은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보는 아이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캐리소프트는 모든 영상을 풀HD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캐리소프트가 고화질의 콘텐츠를 제작한 이유는 영상콘텐츠와 모바일기기에 익숙한 ‘모모세대’에게 폭넓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스마트폰으로만 캐리를 만나는 게 아니라 TV로 연결해 더 큰 화면에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IPTV에서도 방영돼 준비된 고화질 콘텐츠가 빛을 발했다.
◆‘디즈니’ 꿈꾸는 캐리소프트
캐리소프트는 ‘재밌고 건전한 콘텐츠’ 제작을 지향한다. 캐리 외에 크리에이터 캐빈과 엘리를 추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캐빈은 캐리보다 역동적인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엘리는 책을 기본 콘텐츠로 아이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캐리라는 브랜드 안에서 채널의 성격에 따라 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했어요. 장난감가게 딸로 자기가 장난감을 제일 재미있게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는 캐리와 어딘가 허술한 개구쟁이 남자아이 캐빈, 차분하면서 책읽기 좋아하는 엘리. 삼총사가 아이들에게 건전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선물해요.”
어린 팬들의 인기에 힘입어 캐리소프트는 설립 2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3명이던 직원은 26명으로 늘었고 누적 조회수는 14억을 돌파했다. 유튜브 통계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서는 국내채널 중 4위, 세계채널 중 14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개설한 중국어채널은 단기간에 조회수 2000만을 넘겼다. 윤 실장은 “키즈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언어장벽이 낮다”며 “베트남, 일본 등에도 진출해 ‘베트남 캐리’, ‘일본 캐리’ 등 그 나라의 문화를 담은 캐리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영상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캐리를 만나고 싶다는 아이들의 바람도 실현됐다. 캐리소프트는 지난 4월 뮤지컬 <패밀리쇼!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선보였다. 전좌석 매진에 지방공연도 추가돼 현재까지 7만명의 아이와 부모가 캐리를 직접 만났다. 현장에서 판매한 ‘꼬캐’(꼬마캐리) 봉제인형도 불티났다. 이에 캐리소프트는 ‘캐리숍’을 오픈할 계획이다. 캐리를 옆에 두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캐리인형이나 비즈왕관 등을 선보인다.
“캐리소프트의 비전은 ‘Make kids happy’입니다. 캐리라는 브랜드를 키워 ‘캐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국의 ‘디즈니’처럼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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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캐리’ 강혜진씨. /사진제공= 캐리소프트 |
여러분이 매일 영상에 달아주는 댓글도 캐리에게는 큰 힘이 돼요. 캐리가 댓글 하나하나 다 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가끔 캐리가 댓글 달아도 놀라지 말고 반겨주세요. 캐리는 얼마 전 공연했던 뮤지컬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깜짝 놀랐어요. 여러분이 대답도 정말 잘하고 캐리를 반가워해줘서 감동받았거든요.
여러분이 건네준 편지와 선물도 정말 많아서 지금까지 보고 있어요. 집에 놀러 오라는 친구부터 꿈이 캐리언니라는 친구까지, 여러분의 편지에서 캐리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정말 고마웠어요. 캐리는 지금처럼 여러분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장난감놀이로 매일 돌아올게요. 여러분의 기억에 오래 남는 캐리가 되고 싶어요! 안녕~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