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머니투데이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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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와 저성장에 발목 잡힌 국내투자자들의 눈을 베트남이 사로잡았다. 투자자들은 1970년대 한국의 고속성장기가 연상되는 베트남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증시가 오를 만큼 올라 2008년과 같은 폭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차처럼 빠르게 달리는 베트남증시에 지금 올라타도 될까.
◆‘고속성장’ 베트남에 몰리는 자금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가 올해에만 10개나 설정됐다.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와 변동성이 큰 해외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비과세해외주식형펀드가 도입된 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한국투자 베트남그로스 증권투자신탁1호(주식)’를 첫번째로 선택하면서 베트남펀드 인기는 급물살을 탔다.


인기에 보답하듯 베트남주식펀드는 설정 이후 양호한 수익률을 이어왔다. 황 회장이 가입한 한국투자베트남펀드는 지난 2월 설정된 후 지난달 말까지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1000억원이 넘어 베트남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설정액 270억원으로 그 뒤를 잇는 ‘유리베트남알파자[주식]_C/C-F’ 역시 지난 2월 만들어져 같은 기간 8%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의 뭉칫돈도 베트남펀드로 몰렸다. 전체 베트남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 2월 한달간 20억원에 불과했지만 3월 270억원, 7월 400억원으로 급격히 불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펀드에서 27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한 것과 비교된다.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제2의 중국’으로 불릴 만큼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5.5%대를 기록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잠재성장률은 여전히 6%대를 넘는다.


베트남증시 역시 연초 이후 여러 악재에도 꾸준히 상승세다. 올 초 570선에 머물던 베트남VN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670선을 돌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선진국 등 해외증시가 크게 흔들릴 때도 베트남증시는 오름세를 지속했다.

강세장의 배경은 베트남정부의 증시선진화를 위한 노력이다. 베트남정부는 지난해부터 규제산업을 하지 않는 상장사에 한해 주주총회 결의와 국가증권위원회(SSC)가 승인할 경우 외국인이 10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증시의 규모 자체도 커지는 추세다. 베트남시장의 시가총액은 2006년 9조원에서 최근 65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장종목도 30여개에서 305개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소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은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 대형상장사의 영어 공시 의무 도입 등 제도 개편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며 “증시 선진화를 위한 베트남정부의 의지가 저성장 시대에 6%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베트남에 대한 재평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큰 변동성에 주의… 장기투자가 답

하지만 베트남정부가 바라는 만큼 시장규모가 크지는 않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사라지거나 환율이 급등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베트남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베트남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베트남의 인구구조와 노동생산성, 정책적 지원 등을 고려할 때 베트남경제 전망은 낙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메리츠코리아펀드’로 인기를 끌었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최근 출시한 베트남펀드를 10년 만기 폐쇄형 펀드로 설계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증시가 정책기대 변화, 환율, 밸류에이션 등 몇가지 요인에 따라 단기적으로 조정국면을 거칠 수 있다”며 “장기투자자의 경우 베트남증시가 단기조정을 거치면 오히려 투자의 적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