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BK기업은행이 최근 크라우드펀딩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에 성공해서다. 수익률은 20%를 넘었다. 예금금리가 1%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다. 기업은행은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을 통해 300여명(5억원)으로부터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500만명 확보다. 이를 넘어서면 초과 관객 수에 따라 투자자에게 추가로 수익금을 주는 구조다. 500만명을 넘으면 수익률이 5.6%이고 추가로 100만명이 늘어날 때마다 10%포인트씩 증가한다. 9월1일 기준 <인천상륙작전> 관객 수는 698만8000명을 돌파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수익률이 23%대다. 만약 1000만명을 돌파한다면 수익률이 무려 50%대로 껑충 뛴다는 계산이다.
#2. KB금융그룹이 ‘모비틀’, ‘와이즈모바일’, ‘와이즈케어’, ‘더페이’ 등 4개의 핀테크 스타트업기업을 통해 8억4000만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투자방식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과 매칭투자를 결합한 신개념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KB핀테크HUB센터가 발굴한 핀테크 스타트업기업을 대상으로 오픈트레이드사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일반투자자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준금액 펀딩에 성공하면 KB투자증권에서 동일금액의 투자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KB금융은 일찌감치 당초 예상한 기준금액을 모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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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천상륙작전> |
◆은행권 참여 시기 놓고 ‘저울질’
크라우드펀딩이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떠올랐다.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은행까지 하나둘 참여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현재 금융회사 중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든 곳은 KB금융과 기업은행 등 두곳이다.
KB금융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지난 6월 새로운 디지털뱅크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지털뱅크는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충전식 기반의 모바일뱅크로 계좌이체, 해외송금, 개인대개인(P2P)결제 등 금융서비스와 메시지 등의 비금융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KB금융은 캄보디아 현지 금융인프라와 통신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센드버드, 얍컴퍼니 등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업체의 기술을 접목했다.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유일하게 성적표를 공개한 기업은행은 적잖은 수익률로 투자자를 즐겁게 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방식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25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마무리 지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도 크라우드펀딩 진출시기를 놓고 고심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크라우딩펀딩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초저금리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조만간 금융회사 간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신생기업과 금융회사, 투자자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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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투자규모 늘고 분야 다양해지고
크라우드펀딩은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조달(Funding)을 받는다는 뜻으로 자금이 필요한 개인, 단체, 기업이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이용해 불특정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은행권은 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 중개회사를 통해 스타트업 등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배당받는 구조다.
금융회사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기울인 시기는 지난 1월25일 금융위원회가 관련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나 은행이 직접 참여하기보단 계열사인 증권사를 통해 뛰어드는 모양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인 예가 문화콘텐츠 분야다. 이는 제작사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목적이 종료되면 바로 청산하기 때문에 투자결과를 빠르게 알 수 있다. 게다가 1년간 전매제한 조항도 적용받지 않는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하면 전매제한이 있어 투자자는 최소 1년간 투자기업에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크라우드펀딩 전체 시장도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크라우드펀딩 도입 후 7월25일까지 6개월간 133건 중 64건이 펀딩에 성공했다. 수치로 보면 성공률이 50%에 달한다. 펀딩에 성공한 기업이 받은 투자금 규모도 102억원으로 꽤 높다. 이를 평균적으로 나누면 1개 회사당 조달규모만 1억5000만원에 이른다.
투자분야도 점점 다양해졌다. 제조·정보기술(IT)·핀테크 업종부터 친환경에너지·외식·카셰어링·영화·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펀딩에 성공했다.
크라우드펀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수가 소액으로 참여함으로써 투자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어서다. 또 기업 입장에선 아이디어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창업 혹은 매출을 확대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유의할 점도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고수익·고위험 창업기업의 자본조달 수단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아직 초기단계여서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상품보다는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광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크라우드펀딩의 개인투자 한도가 200만원에 불과해 기업의 투자자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다”며 “개인투자자의 리스크를 고려한 정책인 점은 이해하지만 규제완화를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추석합본호(제452호·제4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