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전국구로 보폭을 넓혔다. 고령층 고객이 다수인 지방을 벗어나 젊은층의 금융거래가 활발한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영업권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방은행은 수도권에 직원 5~6명의 미니점포를 개설한 후 보험설계사처럼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는 전략을 펼친다.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영업실적은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수도권 고객을 잡기 위해 모바일뱅크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에는 연고, 출향 고객이 타깃이었으나 이젠 모바일뱅크가 활성화된 만큼 수도권 고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무엇보다 모바일뱅크는 별도의 점포가 필요 없어 비교적 손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비용절감에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미 포화상태인 수도권에 속속 진출하는 지방은행이 과연 하반기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혼란이 예상되는 은행권의 영업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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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논현지점. /사진=뉴시스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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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마포지점 오픈식. /사진제공=부산은행 |
◆소매금융 경쟁… 틈새 잡을까
지방은행의 새로운 격전지는 경기도와 서울 중심가다. 이 중 눈여겨볼 곳은 경기도다.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지방은행 진출규제를 풀어준 이후 경기도는 수도권 영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지난 1998년 경기은행 퇴출 후 지역은행이 없는 터라 지방은행의 공세가 거세다.
부산은행은 이달 초 경기도 부천시와 수원시, 서울 마포구, 성동구에 미니점포 4곳을 열었다. 점포는 상권이 발달한 지역에 위치해 소매금융 영업을 펼치고 모바일 고객의 서비스센터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특히 부산은행은 BNK금융그룹의 모바일전문은행 ‘썸뱅크’를 내세워 수도권 고객 몰이에 나선다. 썸뱅크는 롯데그룹과 손잡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엘포인트를 제공해 전국의 고객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영업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남은행도 수도권 점포 구축에 나섰다. 그동안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은 수도권에 각각 3, 4개의 영업점을 보유한 데 그쳐 지역적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엔 연내 수도권 점포 2곳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노선을 달리하는 모양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은 지방보다 소매금융 사업을 확대하는 데 용이한 지역”이라며 “내부 검토를 마치면 연내 수도권 2곳에 지점을 오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방은행이 수도권 지점에서 거둔 실적은 양호하다. 수도권에 가장 많은 점포를 포진시킨 광주은행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08억원(전년 대비 505억원, 167% 증가)에 달했다. 광주은행은 상반기 수도권 점포 여·수신이 7조8000억원으로 3년 전(3조7000억원)보다 두배 이상 증가해 수도권 점포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개인고객과 지역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영업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수도권 영업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과 경쟁… 민심 챙겨야
지방은행이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어떤 조건을 더 갖춰야 할까. 우선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해부터 앞다퉈 모바일뱅크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시중에 나온 모바일뱅크는 위비뱅크(우리), 써니뱅크(신한), 원큐뱅크(KEB하나), 아이원뱅크(IBK기업), 리브(KB국민), 올원뱅크(NH농협)로 이들의 모바일뱅킹 사용자 수는 중복 포함 7000만명을 넘어섰다.
시중은행은 각 은행별로 특색 있는 기능과 서비스를 내세우며 모바일뱅킹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이 놓친 분야를 찾아 모바일뱅킹에 차별화 전략을 심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수도권 영업규제를 풀어줬지만 점포 확대에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자칫 무리한 금리인하 등 출혈경쟁을 벌여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경기은행과 충청·충북·강원 등 지방은행은 수도권지점에 과도하게 투자하다 부실해지면서 끝내 퇴출 당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공격적인 수도권 진출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점포의 실적을 면밀히 파악 중”이라며 “은행의 자산과 여신규모 대비 리스크가 높아지면 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에 매달려 지역영업을 소홀히 한다는 지역주민의 눈총도 해결해야 한다. 자칫 지방은행 고유의 역할을 잊고 수도권에 몰두하면 본점이 위치한 지방의 영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영업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지방은행이 지자체 사금고 운영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지역민심이 싸늘하다. 지자체금고를 유치하면 재정자금 운용으로 마진을 내고 각종 지방세를 예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마진이 미미해 지방은행이 조금씩 발을 떼고 있다. 부산은행은 10년 넘게 부산시 금고를 단독으로 지키다가 2013년 2금고를 KB국민은행에 내줬다.
경상남도 사금고인 1·2금고도 NH농협은행이 맡았다. 당초 2금고는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이 담당했으나 BNK금융에 인수되면서 금고계약이 철회됐고 뒤늦게 경남은행이 계약입찰에 나선 상태다.
지자체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부산시, 울산시, 광주시, 경기도, 경상북도, 경상남도다. 경기도 18조원을 비롯, 부산시(11조원), 경북도(7조8000억원), 울산시(3조6746억원), 광주시(3조5629억원), 경상남도(1조2000억원) 등 총 45조2000억원의 사금고 계약입찰에 신한, NH농협,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사업은 계륵이라고 불릴 만큼 마진이 없지만 지역의 금고지기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지방은행들이 사금고를 시중은행에 뺏긴 상황에서 수도권 영업에만 몰두하면 지역 민심은 더 싸늘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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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