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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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우리은행 민영화의 투자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한화생명이 우리은행 지분 4%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데 이어 경쟁사인 교보생명도 이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지분 매수를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각사의 주력사업과 은행업이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시각과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교차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표면적으론 우리은행 지분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타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용 대비 수익창출에 대한 뚜렷한 감이 오지 않아서다. ‘시너지 효과’를 노리거나 전체 경영권을 가질 수 없어 실익이 없다는 계산들로 양분됐다.

◆한화생명, 인수 추진 ‘공식화’… 교보생명 입찰 참여 ‘저울질’

우리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는 이 중 30%를 4~8%씩 과점주주에게 쪼개 파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4% 이상 과점주주가 되면 우리은행 사외이사 1인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보험사 중 우리은행 지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곳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우리은행 지분 30% 중 4%를 매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를 투자의향서(LOI) 제출 마감(23일) 하루 전인 오는 22일로 미뤄 관련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반면 교보생명은 실익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경영권이 아닌 소수지분 투자가 어떤 이득이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소수지분이 아닌 경영권 지분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우정사업본부, MBK파트너스 등도 우리은행 지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새마을금고, MBK 등 역시 소수지분보다는 경영권 확보를 원해 실제로 입찰에 참여할 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추석연휴가 지난 후에야 인수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방카시장 확대주가 상승 기대

보험사가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일까. 우선 한화생명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은 투자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표면적으로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상품 판매)채널 확대와 투자 다변화, 배당 소득 등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높은 배당성향을 고려했을 때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좋은 투자처라고 판단된다”며 “또 우리은행이 시장에서 저평가된 상황이라 민영화 이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이 없는 보험사로서는 우리은행 지분 매입으로 방카슈랑스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방카슈랑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약 450억원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7월 말 기준 월납 초회보험료(환산 기준)는 501억5000만원(점유율 36.5%)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민은행(345억원)보다 150억원 이상 높은 수치다. 보험사 입장에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할 만한 이유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투자 매력점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합병해 현지에서 131개의 네트워크를 갖췄고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현지법인 신설 가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우리은행 네트워크를 통해 보험사는 방카슈랑스사업 확대 등 전략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투자가 옳은지에 대해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경영권 확보가 아닌 소수지분만 가질 수 있다는 점과 방카슈랑스채널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보험사를 망설이게 만든다. 저금리 기조에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의 방카슈랑스채널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 중심의 온라인채널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사에 지분 매입 요구 의혹… 금융위 “사실무근”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국내 대형 보험사에 우리은행 소수지분을 매입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실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51.0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한화생명 지분 15.25%를 보유한 3대주주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 나름대로 실익을 따져봤겠지만 아무래도 3대주주인 정부(예보)의 요청을 외면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분을 쪼개 과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에 팔아넘긴 ‘먹튀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내자본을 독려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경영권을 중국 안방보험에 넘기면 과거 론스타 사태처럼 모든 비난여론이 정부에 쏟아질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안방보험보다는 국내 자본이 들어오길 바랄테고 금융사 중에서도 투자여력이 있는 국내 대형보험사에 소수지분 매입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지분 매입 관련 정부가 보험사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