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학교 교사인 외숙모 덕분에 마이스터고등학교라는 곳을 알게 됐고 한국남동발전이라는 좋은 기업에 몸담아 영광입니다. 우리나라 평범한 남성이라면 군대 2년을 포함해 보통 26살에 취업전선에 뛰어들텐데 저는 스무살 전에 취업했잖아요.”
말에 힘이 느껴지는 당찬 스무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김남경씨를 보면 ‘나도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갈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듯하다.
◆마이스터고, 새로운 미래를 연 결정
수도전기공고 3학년 때인 지난해 7월 한국남동발전에 입사한 김남경씨는 분당본부에서 일한다. 공해물질 발생량 측정, 가스 사용량 수집, 분당발전소의 수익계산, 간단한 전력거래 등 분당발전소를 직접 운전하는 선배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over houl 기간(기기들을 정비하는 기간)인 경우 점검하는 기기의 차단기 조작을 하며 관련 사항을 종합 관리하는 일도 맡고 있다.
김씨는 마이스터고 입학 당시 고민이 많았다. 중학교 당시 성적이 괜찮아서 당연히 인문계를 간 후 대학에 진학할 거라는 생각을 바꿨다.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길이 열렸기 때문이죠. 친구들이 지금 자유롭게 노는 건 부러워도 미래를 생각하면 제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입사 시험을 준비할 당시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라는 제도가 처음으로 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에 도입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출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NCS홈페이지에 게시된 연습자료만이 유일한 학습 자료였다.
“다른 기업에 시험을 보러 간 친구들에게 기억나는 문제를 물어보며 노트에 적고 연습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문제를 만들며 필기공부를 했어요. 면접은 매일 선생님들과 반 친구들, 부모님 앞에서 연습하다보니 자신감이 붙었고 오히려 실제 면접에서 연습시간만큼 떨지 않아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입사해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모든 일이 기억에 남는다. 선배들께 전화예절 때문에 혼난 적도 있고 일처리를 확실히 하지 않아 곤란했던 적도 있다.
“실수를 경험한 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6년 뒤, 7년 뒤에 겪을 상황을 스무살 막내일 때 미리 경험했다고 생각하며 늘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 있습니다.”
◆월 100만원씩 저축… "8년 후 1억원 모을 것"
김씨는 계획을 세우고 저축도 꾸준히 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취업에 성공한 나이를 28살이라고 가정하고 학자금 대출을 갚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더 불안한 출발이잖아요. 반면에 저희 같은 고졸취업자는 스무살에 일을 시작해 매달 100만원씩 저축하면 28살 대졸로 들어온 동갑인 친구를 만났을 때 대략 1억원이라는 금액을 저축할 수 있어요. 개인의 선택이지만 예전처럼 대학을 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과감히 고졸로 취업을 하는 것이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계획대로 매월 100만원씩 저축하고 있다.
회사생활에 만족하는 부분이 더 많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대학교 진학을 하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또래들과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점이 부러워요. 아무래도 회사생활, 특히 발전소 같은 경우 선배님들과 업무를 하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을 대할 일이 적으니까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선배들에게 삶의 경험과 지혜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항상 감사하자는 마음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요. 교대근무 같은 경우 사람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인계·인수가 중요한데, 제 근무시간 때 했어야 하는 일임에도 하지 않으면 저뿐만 아니라 다음근무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요. 또한 저희 선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맡으면 결국 저에게 일을 맡긴 사람은 일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사람을 대하는 것도 아직 어렵다. 아직까지 ‘이렇게 말씀드리면 되나?’, ‘말실수를 한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혼자 던지곤 한다. "제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인데 회사생활을 경험한 후 자연스럽게 말수가 적어진 것을 느낍니다.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하고 입에서 나간 말은 내뱉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서 회사 선배들에게 말씀드릴 때 늘 10번씩 생각하고 말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다. “고등학교와의 환경이 달라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해도 퇴사하는 경우를 가끔 봐요.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선배들하고 상담을 많이 해서 미리 회사상황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에 적응하는 것부터 말 하는 법, 상황에 대처하는 법 등 전반적인 회사생활에 대해서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은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취업을 하고자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참고 버티시길 바랍니다.”
김씨는 대학진학계획도 세웠다. “군대전역을 하고 재직자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학과는 제가 공부했던 기계공학분야가 좋겠지만 경제학과나 심리학과 등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차장 승진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두고 있다. “37살 이전까지 초급간부 임용시험에 합격해 차장 승진을 하고 싶어요. 물론 그에 따르는 공부를 마땅히 견딜 생각입니다. 장기적 목표로는 한 부서를 이끄는 부장으로서 퇴직하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