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비난하지만 자신이 할 때는 정당화하는 습성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은 이런 사고방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함을 대변한다. 하지만 자신이 부정행위를 할 때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 자제력이 발동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 50대 이상 남성 중 무려 절반 이상이 외도한 경험이 있다는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2016 한국판 킨제이보고서’(강동우 성의학연구소)에 따르면 50대 이상 남성의 53.7%, 여성의 9.6%가 배우자 외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외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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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보다 더 고통스러운 여성
대체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배우자나 파트너와의 일관된 관계에 충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도가 드러났을 때 겪어야 할 상황이 남자보다 더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큰 것도 한몫한다. 남성의 외도 경험 비율은 연령대별로 평균 4%포인트씩 증가한다. 100명의 남성 중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4명씩이 새롭게 외도를 하는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40대의 증가율이 6%포인트를 넘을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강동우 박사는 40대 중반 이후 나타나는 남성의 갱년기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갱년기 남자의 경우 심리적 공허감과 신체적 위축 현상이 오면서 외도할 기운이 처질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현실은 이와 반대”라며 “어딘가에 있는 신기루를 좇듯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찾아 불륜을 저지르고 이를 마치 회춘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50대 이상이 일생 동안 외도한 상대자 수는 남성이 12.5명, 여성이 4.3명으로 나타났다. 외도 상대자 수가 1~2명인 남자가 12명인 남자보다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외도가 아니라 특정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불륜도 있어서다.

아내와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 내연녀 집을 오가며 사는 남성도 있다. 어떤 유명 연예인은 남편과 잉꼬부부로 알려졌는데 훗날 남자에게 본부인이 있음이 알려졌다. 남자가 유부남인 줄 모르고 사귀었다가 나중에 부인이 찾아와 헤어지라고 말해 알게 됐지만 아이를 낳고 꽤 오랫동안 함께 산 것이다.


◆대기업 총수도 피하지 못한 '불륜'


지난해 연말 모그룹 회장이 6세인 혼외자 존재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부인인 모아트센터 관장과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우니 조만간 이혼할 생각임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 그는 내연녀에 대해 ‘마음에 위로가 되는 사람, 그분, 아이 엄마’ 등으로 따뜻한 표현을 쏟아내 제3자가 보기에도 민망했다. 부인이 혼외자식을 직접 키울 생각을 밝히고 남편의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해 사태는 수그러들었다.

최근 또 다른 대기업 회장도 그룹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모녀가 소유한 부동산이 비자금 통로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상 대기업의 비자금은 부동산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베일에 싸인 내연녀는 그 회장의 호적에 오르지 못해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났던 것. 이에 이들 모녀가 보유한 회사가 일감 몰아주기와 각종 특혜에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과거 평범한 여성 중에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딴살림 차린 것을 알아도 아버지 없이 자식을 키우기 싫다거나 두려움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력이 있는 일부 여성만이 간통죄로 두 남녀를 고소하고 이혼했다. 물론 아내의 외도에 남자가 간통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존 형법 제241조는 ‘간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유명 연예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최무룡의 부인인 강효실이 1962년 당대 최고 미인 배우 김지미를 간통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당시 최무룡과 김지미는 일주일간 유치장에서 살았다. 김지미는 당시 한국 최고 위자료인 400만원(현재의 10억원 규모)을 강효실에게 지급하고 최무룡과 1969년까지 부부로 살다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이혼했다.
1970년대에는 인기 절정의 여배우 정윤희가 건설회사 회장과 만나다가 부인으로부터 간통죄로 고소당해 구속됐으나 무죄판결을 받고 회장과 결혼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탤런트 황수정이 히로뽕 투여 혐의에 덧붙여 간통혐의가 추가돼 큰 물의를 빚었다.

2007년 탤런트 옥소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팝페라 가수인 정모씨와 간통한 사실을 밝혔고 남편 박철로부터 간통죄로 고소 당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옥소리 측은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간통죄는 민사법정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지 형사법정에 세워야 할 문제가 아니다. 간통죄는 이미 파탄 난 혼인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혼인의 원상회복과는 무관하게 배우자의 복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돈에 의해 좌우되는 외도 ‘씁쓸’

간통죄는 덴마크(1930년)와 스웨덴(1937년)을 필두로 대부분의 나라가 폐지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 거의 모든 주에 간통죄가 있었으나 개인 결정권 침해 등으로 위헌 판결이 잇따라 현재는 10여개 주에만 남아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정함에 따라 62년 만에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그 결과 2014년 혼외자 출산을 이유로 전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한 김주하 앵커의 경우 간통죄 폐지로 공소가 기각돼 민사적 위자료 배상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소득이 많을수록 외도도 많은 편이다. 돈이 많으면 도덕관념이 낮고 돈이 적으면 도덕관념이 높다기보다 외도하려면 그만큼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불륜을 알선해주는 모 업체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회원 중 강남구 소재 비율이 16%로 가장 높았으며 서초구(6.6%), 영등포구(6.3%), 중구(5.8%), 송파구(5.3%) 순으로 나타났다. 강북구는 1.7%로 강남구의 10분의1 수준이다. 소득이 높은 지역에서 외도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킨제이보고서도 비슷하다. 이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가정에서의 외도비율이 34.1%, 350만~500만원인 가정은 32.4%, 350만원 미만은 25.4%로 소득이 높을수록 외도가 많이 발생했다.

배우자가 돈을 잘 번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외도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연애할 때 돈을 잘 쓰고 비싼 선물을 잘 사주던 남자가 결혼 후 외도대상자 여성에게도 똑같이 하면서 환심을 사는 경우도 있다. 검소하고 저축정신이 뛰어난 남자가 결혼 후 바람 피울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40.6%)와 사무직(39.3%)이 비슷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시간이 자유로운 특징이 있고, 사무직은 야근과 퇴근 후 술자리가 많아 외도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동창회, 등산, 골프 등을 통해 외도가 이뤄지기도 한다. 결혼 후에도 배우자가 다른 이성에 관심이 높다면 외부에서 이뤄지는 모임이나 취미생활을 부부가 함께 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가족과 떨어져 살며 남편이 돈을 보내주는 기러기 부부의 경우 주부가 외도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이젠 못참아… 맞바람 피는 여성들

요즘은 남자가 바람을 피면 여자가 맞바람 피는 가정도 늘었다. 게다가 한눈 팔지 않는 남편을 두고 외도하는 주부도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영화감독과 배우라는 공적인 관계에서 불륜 스캔들을 만들어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로 인해 시끄러웠다. 홍 감독이 지난해 9월 집을 나가면서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어. 그 여자가 내게 용기를 줬어. 이제 그 사람과 함께 할 거야’라는 메시지를 딸에게 남겼다는 보도(YTN. 6월22일)에 대중은 특히 공분했다.

불륜남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더라도 가족에게 대못을 박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지만 간통죄가 폐지된 마당에 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는 댓글도 있다.

하지만 형사 처벌만 받지 않으면 어떤 행위든 도덕적으로 괜찮은 것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간통죄 폐지 추세를 따랐지만 보완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한편 한국은 이혼 시 ‘유책주의’가 기본이다. 따라서 바람을 피운 자는 그렇지 않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기 힘들다. 그러나 앞서 간통죄가 폐지된 서구 대부분의 국가는 사실상 혼인관계가 깨졌다면 배우자의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누구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파탄주의’를 따르고 위자료도 거의 없다.

이들 나라는 피해 배우자에게 민사배상 위자료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재산분할과 양육비 지급을 강화해 외도한 배우자는 경제적인 타격을 크게 받는다. 세계적인 억만장자들도 이혼소송에서 경제적·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경우가 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