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기지개를 켰다. 그룹의 성장전략인 'PASSION(열정) VISION - 2020'(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 현금성 자산 8조원 달성)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 올 신년사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중장기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 회장의 행보가 하반기 꽃을 피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의 하반기 첫 행보는 랜드마크 건립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여의도에 서울시내 최대 규모 백화점을 출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화제의 백화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2번지에 신축되는 대형복합시설 '파크원'(Parc1)이다. 이곳의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백화점은 파크원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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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점식 참석한 정지선 회장.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
◆ '확실한 한방' 꽃 피울까
그동안 정 회장은 유통맞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적극적인 사업확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얌전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디큐브시티점을 성공적으로 출점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외에 뚜렷이 각인될 만한 사업확장은 없었다. 올 상반기에는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입찰이 유력했지만 수익성을 고려해 포기했다.
반면 정 부회장은 휘파람을 불었다. 유통라이벌 롯데가 그룹수사 여파로 잔뜩 움츠린 사이 정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신세계'로 만들어 나갔다. '피코크'로 간편식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했으며 이마트타운을 시작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운영권 확보 등 적극적으로 외연을 넓혔다. 지난달에는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정 회장도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쳤다. 물론 이는 정 회장만의 철학에 기인한 사업전략이다. 그는 철저한 내실화를 바탕으로 가능성 높은 곳에 투자한다는 명확한 사업방침을 갖고 있다. 떠들썩한 행보보다 '확실한 한방'을 위해 몸을 움츠린다. 지난달 코엑스몰 입찰을 포기한 것도 막판 수익성 분석 등을 기반으로 파크원 출점에 집중하려는 정 회장의 사업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 회장의 손에서 탄생한 현대의 신사업인 아웃렛 출점에도 속도가 붙었다.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비교적 늦은 2014년, 아웃렛사업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1년여 동안 김포프리미엄아웃렛, 동대문시티아웃렛 등 4곳을 잇따라 선보이며 성공적인 출점을 이어왔다. 내년 상반기에는 가든파이브, 2019년에는 경기 동탄, 남양주에도 아웃렛을 각각 추가 출점하는 등 사업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사업도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출점 1년 만에 매출 7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총 매출도 8000억원을 바라본다. 판교점의 선전 속에 현대백화점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부문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매출액(반기보고서, 총매출 기준)은 지난해 2조2568억원에서 2016년 2조6385억원으로 1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24억원에서 올 상반기 1802억원으로 10.9% 늘어났다.
◆ 중장기 성장전략, M&A와 면세점
하반기 정 회장의 시선은 두 키워드로 정리된다. 바로 'M&A'(인수합병)과 '면세점'이다.
첫번째 인수 시도는 아쉽게 무산됐다. 정 회장은 국내 렌털사업 확장을 위해 꾸준히 동양매직 인수를 추진했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동양매직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인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쳐왔다. 결국 동양매직은 지난달 말 진행된 지분 매각 본입찰에서 SK네트웍스의 품으로 흡수됐다.
정 회장은 2014년에도 동양매직 인수를 추진한 바 있을 정도로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아쉽게도 렌털사업부분에서 동양매직과 현대렌탈케어의 시너지 효과를 보려던 정 회장의 계획은 뒤로 미루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정 회장은 동양매직 인수에 성공한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검토 중이다. 지난 2012년 한섬을 인수한 정 회장은 패션부문 강화 의지가 강하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할 경우 그룹의 패션 매출이 연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지난해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는 오는 연말 발표예정인 추가면세사업자 특허권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일찌감치 입찰 참여를 공식화한 현대백화점은 최근 '현대백화점 면세점'이라는 이름의 법인 설립 등기도 마치며 특허 획득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현지여행사의 전략적 업무제휴(MOU)체결식에서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작년 7월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이후 1년여간 면세점 TF팀을 유지하며 철저하게 준비했다"면서 "이번 중국 여행사들과의 MOU체결도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강조한 새로운 중장기 성장전략을 위해 면세점사업권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맞수인 롯데·신세계와 장기적으로 맞대결하려면 면세점사업권이 필수적이다.
내년은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직에 오른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매출 7조원대 회사로 그룹을 성장시킨 그의 내실경영이 내년, 그리고 오는 2020년까지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필
▲1972년 서울 출생 ▲미국 하버드대 스페셜스튜던트 과정 이수 ▲현대백화점 기획실장 이사 ▲현대백화점 기획·관리담당 부사장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1972년 서울 출생 ▲미국 하버드대 스페셜스튜던트 과정 이수 ▲현대백화점 기획실장 이사 ▲현대백화점 기획·관리담당 부사장 ▲현대백화점그룹 총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