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가 대만 푸본생명과 손잡은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흘렀다. 푸본의 자본을 등에 업은 현대라이프가 ‘만년 적자’ 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낼 기세다. 기존에 주력했던 ‘제로’(ZERO)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전 상품을 개편하는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설계사 수를 늘리고 방카·온라인채널을 확대하는 등 영업채널을 다각화했다. 특히 투자에 강한 푸본의 노하우를 현대라이프에 녹여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산을 불린 뒤 이를 굴려 수익을 내는 푸본식 경영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모습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제로’ 버리고 ‘0’에서 다시 시작 
푸본과의 제휴 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품 재편이다. 우선 그동안 현대라이프가 제로의 일환으로 판매했던 ‘제로 쇼트’(ZERO SHORT) 등 주력상품을 단종시켰다. 현대라이프의 제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보험상품과 특약을 과감히 정비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만든 전략이었다. 현대카드에서 처음 시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현대라이프에도 도입됐다. 처음에는 타 중소형보험사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현대라이프는 올 초부터 상품 라인업에 대한 전면 리뉴얼을 단행했다. 개발한 지 오래됐거나 추세에 맞지 않는 보험상품을 골라내 흐름에 맞춰 재개발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양한방건강보험’과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이다. 
또 보험가입부터 이용 전까지의 과정을 모바일화했다. 보험가입채널 및 소통채널이 모바일로 이동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라이프는 지난 5월 자사 다이렉트 웹사이트인 ‘제로 다이렉트’를 온라인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가입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했다. 고객과의 소통통로도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아울러 신규고객에게 전달되는 보험증권도 연내에 모바일증권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영업채널 확대… 초회보험료↑

현대라이프는 CM(온라인전용)·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채널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라이프 방카슈랑스채널의 초회보험료는 6월 말 기준 3737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초회보험료(1786억6700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CM채널 초회보험료도 2억6300만원으로 전년(5100만원)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함께 설계사 수도 크게 늘렸다. 6월 기준 현대라이프 전속 설계사 수는 271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46명)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설계사채널을 통한 초회보험료도 크게 늘었다. 6월 기준 설계사채널의 초회보험료는 511억2700만원으로 전년 동기(324억2700만원)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사진제공=현대라이프
사진제공=현대라이프

◆외화유가증권 비중 급증 

생보업계의 자산운용수익률이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현대라이프의 자산운용수익률이 푸본생명과의 제휴 이후 상승세를 타 눈길을 끈다.
현대라이프의 올 6월 말 기준 자산운용수익률은 4.2%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또 푸본과의 본격 제휴 전인 지난해 말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생보업계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이 4.4%에서 4.0%로 낮아진 것과 대비된다.

이는 전체 자산의 약 35%를 해외에서 운용하는 푸본의 노하우를 녹여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현대라이프의 국공채 투자비중은 줄어든 대신 외화유가증권과 수익증권 투자가 늘어났다.


현대라이프의 투자금액은 6월 말 기준 국공채(1조2494억원), 외화유가증권(4993억원), 회사채(1212억원), 수익증권(1115억원), 주식(151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국공채(1조1945억원), 회사채(1008억원), 수익증권(321억원), 주식(76억) 등의 순이었다. 외화유가증권에는 투자한 금액이 없었다. 외화유가증권 투자금액을 크게 늘렸다는 것은 푸본생명과의 제휴 이후 해외채권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라이프가 해외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푸본생명의 자료를 공유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수익을 늘리고 있다”며 “보장성 중심의 판매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수익성 개선이 더디게 진행됐지만 해외투자 확대전략을 통해 하반기 중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라이프의 당기순익은 아직 마이너스다. 그나마 당기순손실 규모가 지난해 6월 236억원에서 올 6월 24억원으로 줄어들어 회생 기미를 보이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12월 푸본생명으로부터 자본금 2200억원을 수혈받은 사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대라이프가 이번 상품개편과 영업채널 확대전략으로 수익을 꾸준히 낸다면 이르면 하반기 중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니포커S] 현대라이프, 푸본 업고 달린다

 푸본생명은 어떤 곳?
대만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인 푸본그룹은 생명보험, 화재보험, 은행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총자산은 200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에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푸본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푸본생명은 지난해 말 현대라이프에 2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8%를 확보하면서 2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푸본생명의 자산운용 담당 임원이 현대라이프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파견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개발, 리스크 관리업무 부서에도 푸본생명 임직원이 포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현대라이프는 푸본생명의 자산운용기법과 상품 및 판매채널 개발전략을 전수받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