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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정무위 국감. /사진=민경석 뉴스1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가 진행하기로 했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이번 국감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건을 주요하게 다룰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감 파행에 이어 소멸시효 2년이 지난 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 현안을 다시 다룰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일부 정무위 의원은 금감원 종합감사에서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 등 증인들을 다시 불러 관련 문제점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인 출석 통보 시기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소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살보험금 규명 물건너 가나… 대법 판결 보험사 승소
당초 국회 정무위는 지난달 29일 금감원 국감에서 자살보험금,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이슈 등의 사안을 주요 쟁점으로 다룰 계획이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금융지주 전환설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며 재계의 관심을 모았고 올해 보험권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이 큰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소멸시효 관련 대법 판결이 보험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자살보험금 쟁점은 허공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생명보험사들이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자살보험금 상품과 관련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금감원과 생명보험업계는 소멸시효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버티다 못한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삼성·교보·한화 등 빅3 생보사를 비롯해 7개 생보사는 자살보험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지급을 미뤘다. 사실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가 큰 보험사 입장에선 소멸시효가 지난 건의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감원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여론조차 보험사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국회에서도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사안에 관심을 보였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지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무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인 만큼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유를 추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했던 의원이 여럿 있었다”며 “그런데 의외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새누리당 측에서 국감 일정을 전면 보이콧함에 따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조짐인 만큼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제대로 추궁할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무위 국감이 재개되더라도 금융권 전반에서는 한진해운 사태 등 조선∙해운 구조조정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 등이 급선무라 아무래도 자살보험금 이슈는 여기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부사장 재소환 어려울 듯
특히 보험사 대표 중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보험권의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 국감 파행으로 김 부사장 소환은 물거품이 됐다. 삼성 입장에선 국감키워드 중 하나였던 ‘삼성 재편’에 대한 의원들의 날선 질의를 당장 피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번 국감에서 김 부사장을 대상으로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질타와 보험금 지급여부와 관련 확답을 받겠다고 벼르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다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서 어떤 사안으로 김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인지 공개하지 않아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보험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자살보험금 이슈보다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쪽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의 경우 최근 대법 판결로 인해 당장 실질적 압박을 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살보험금 문제보다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에 활용됐다는 의혹부터 해소하기 위해 김 부사장을 불렀던 게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나 삼성생명 본사 매각차익의 배당계약자 환원문제, 삼성계열사 주식 취득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었다는 예측이다.
실제 박 의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 2월 3000억원가량의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것에 대해 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부회장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4년 김석 삼성증권 대표 사임 후 해당 직무를 대행했던 인물로 현재 삼성생명 내 자산운용본부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재소환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최근 대법 판결이 보험사에 손을 들어주면서 보험업계를 정조준했던 날은 무뎌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