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은 리스크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달라진다. 안정적인 투자상품이라면 금리가 낮고 반대로 위험성이 크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상품을 찾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대체투자상품인 사회간접자본(SOC)펀드가 눈길을 끈다. SOC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으로 도로·항만·터널·지하철 등 국가 기간시설을 건설한 뒤 도로통행료와 항만사용료 등의 수입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펀드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SOC펀드 설립법안이 제정됐다.


최근까지 관심을 끈 상품은 지하철과 태양광 투자 관련 펀드다. 수익률은 5~10%대를 웃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13년 신한금융투자가 출시한 ‘신한BNP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특별자산펀드’ 4종은 출시 2년(연초 기준) 만에 11~12%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KB투자증권이 판매한 ‘KB서울햇빛발전소특별자산’도 1년 2개월여 만에 5.78%(4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관심도 뜨거웠다. 신한BNP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특별자산펀드는 출시 반나절 만에 1000억원의 물량이 모두 완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당시 가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고객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KB서울햇빛발전소특별자산 역시 판매 5일 만에 1044명이 몰려 일찌감치 마감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인천공항고속도로.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잘되면 배당 잔치, 적자 나면 세금으로 보전
이처럼 SOC펀드가 귀한 대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SOC펀드로 꼽히는 지하철 9호선과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예로 들어보자. 두 곳의 SOC사업은 초창기에 투자시장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지하철과 고속도로가 개통되더라도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 이후 인근 집값이 들썩일 정도로 이용객이 몰렸고 최근엔 증차까지 시행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역시 해외이용객이 늘면서 ‘대박’을 쳤다.


설사 적자를 보더라고 투자자는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다. 적자분을 정부가 보전하기로 운용사와 사전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투자자는 배당금으로 최소 원금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당시 수입권을 독점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투자자라면 SOC펀드를 선호할 만하다. 그러나 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를 원하지 않았다. 민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을 통해 거액의 투자자금을 한번에 지원받는 것이 운용과 관리 측면에서 편하기 때문이다.

돈을 들고 투자에 나서겠다는 기관이 많다 보니 굳이 개인투자자에 손을 벌리지 않는다. 신한금융투자가 당시 관련상품을 출시한 것도 맥쿼리인프라가 각종 특혜 논란으로 9호선 사업에서 철수하자 서울시가 자금제공 지급방법을 재설정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 승강장. /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 승강장. /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개인투자자도 투자 ‘길’ 열린다
SOC펀드 운용사가 개인투자자를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가장 큰 벽은 투자자보호와 관련한 규제다. SOC펀드는 주로 사모펀드 형태로 이뤄진다. 금융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했는데 이 규제를 뚫고 개인투자자를 모집하기엔 운용사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불만이다. 지금처럼 초저금리시대에 SOC펀드는 달콤한 열매와 같은 존재다. 따라서 기관에만 특혜성 기회를 주는 것은 역차별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운용사는 금융당국을 핑계로,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근거로 개인투자자의 SOC펀드 참여를 사실상 차단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답답할 만한 상황인 셈.

그런데 최근 개인투자자에게 희소식이 들린다. 금융위원회가 SOC 등 실물자산 투자에 특화된 공모형 재간접펀드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 재간접펀드는 특정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다. 실물펀드가 주로 사모펀드라는 점을 고려해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에 100% 투자할 수 있도록 했고 같은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최대투자비중도 50%에서 100%로 늘렸다.

다만 시행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2일 ‘펀드상품혁신방안’을 통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령(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제도 도입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그래도 SOC펀드에 서둘러 가입하고 싶다면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문을 두드려보자. 일부 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운용사로부터 위탁받아 SOC펀드를 특정 고객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VIP 혹은 관리가 필요한 특정 고객에게 알음알음 정보를 흘려 판매하는 것. SOC펀드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금융회사가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다만 SOC는 정부나 지자체가 특정사업을 추진해야 출시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찍어내듯 만드는 투자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가입을 원한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업성공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 다시 말해 적정한 타이밍이 필요한 셈이다.

설사 가입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묻지마 가입’에는 유의해야 한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 SOC펀드 역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이다. 만약 SOC사업이 실패해 적자규모가 수억~수조원에 이른다면 정부 혹은 지자체와 운용사 간 적자보전을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투자자는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소 수년간 수익은커녕 원금도 챙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세상에 안전한 투자상품은 없다”며 “투자자가 몰리고 희귀 투자상품이더라도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상품의 성격과 투자수익률, 리스크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가입 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