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탑승'하는 길 열린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항공기 분야가 ‘알짜’ 대체투자처로 떠올랐다. 다만 항공기투자는 사실상 기관투자자에게만 허용돼 개인투자자로서는 접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 금융기관이 항공기채권을 유동화한 후 판매해 성공한 사례가 있고 현재 공모형펀드를 조성해 개인투자자 모집을 구상하는 곳도 나타나 신개념 투자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점점 커지는 항공기투자 매력
항공기투자는 2000년대 중반 대체투자시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항공기투자는 비행기 제작과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거나 단독으로 자금을 투자한 후 항공사로부터 임대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항공기제조사, 항공기리스사, 투자자 등 다양한 관계가 형성된 만큼 다각화된 금융구조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특히 항공기는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로 양분돼 공급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자산가격 변동이 적어 공급 충격이 없고 시장가격 예측이 쉬운 편이다. 또 항공기투자 시 채권순위에 따라 연 3~6%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중고항공기를 매각할 때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알짜’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항공기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다. 2004년 이후 항공여객 수요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추세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2004년 이후 항공기 탑승률은 80% 수준까지 올랐고 항공화물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늘리고 있다. 그동안 유행했던 선박투자에서 항공기투자로 옮겨가는 추세다.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 미래에셋대우, 하이투자증권, HMC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항공기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나아가 최근 증권사들은 항공기투자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판단해 IB사업부문의 전문인력을 늘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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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투자에 뛰어든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는 1조원 규모의 20년 만기 항공기펀드를 내놓았다. 세계 각국의 저비용항공사들이 임대한 항공기를 중심으로 최대 30대, 1대당 300억원가량 투자한다. 또 이집트항공·에미레이트항공 등 대형항공사의 항공기에도 일부 투자해 위험을 분산할 계획이다.
KTB투자증권도 954억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계약을 맺었다. 투자대상은 싱가포르항공의 A330-300 기종이다. 국내 보험사와 공제회가 함께 참여했으며 임대기간이 종료되는 6년 뒤까지 선·중·후순위에 따라 원리금을 지급받는다.
IB대체투자팀을 꾸려 항공기 관련 인력 10여명을 영입한 교보증권은 지난해 초부터 2000억원 이상의 펀딩을 잇따라 수주해 올 초까지 5대의 항공기에 1조1000억원이 넘게 투자했다. 최근에는 아부다비 소재 에티하드항공사와 B777F 기종의 15년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HMC투자증권도 2014년 글로벌물류회사인 DHL이 사용하는 B777-200 기종 투자에 참여했다. 앞서 항공기임대업체인 에어캡과 싱가포르항공의 에어버스 항공기에 사모펀드방식의 투자주선과 115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완료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싱가포르항공의 A380-300 매입 거래에 투자했다. 올해는 에티하드항공이 15년 동안 사용할 A380-300의 금융리스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 하이투자증권은 3350억원의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했다.
항공기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항공사 파산 시 항공기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비교적 용이해서다. 또 투자기간이 5~15년이어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좋은 항공사나 국영항공사는 파산할 일이 거의 없고 파산하더라도 재리스가 가능해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자산가 투자기회 열린다
하지만 항공기투자는 사실상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투자금액이 크고 만기까지의 기간이 길어 개인투자자에게는 부담스러워서다.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개인투자자에게 등을 돌린 이유다.
그러나 최근 개인도 항공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가 신탁이나 공모형의 항공기상품을 구상 중이어서 개인투자자들도 간접적으로나마 투자할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항공기를 비롯해 인프라(SOC), 원자재·광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자산유동화증권)를 활용해 개인이 투자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오는 11월부터 판매가 허용되는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교보증권도 기관이나 고액자산가에 한정됐던 투자층을 다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교보증권은 개인의 투자기회를 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공모형 항공기펀드 등을 검토 중이다.
고액자산가에 한정됐지만 과거에도 개인이 항공기에 투자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기대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은 2014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핀란드 국영항공사인 핀에어에 투자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보유 중이던 우량 항공기 채권을 유동화한 뒤 개인투자자에게 공급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항공기투자로 무조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유리자산운용은 2008년부터 90억원 규모의 항공기펀드를 운용했지만 항공기를 리스한 태국의 저비용항공사가 파산하면서 투자금액을 날린 적이 있다.
또한 대체투자는 자산운용사를 거친 간접투자상품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해외펀드의 경우 환헤지 비중이 낮아 환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 대체투자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일단 대체투자 리스크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