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중국 만리장성을 두드린지 24년째가 된 2016년. 첫발을 디뎠을 때의 고생담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을까.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박형순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장은 “오히려 예전보다 상황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1996년 상하이에 지점을 개점한 후 20년간 기업여신업무에 주력하며 기반을 다져왔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세계경제 회복지연과 맞물려 중국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상황도 좋지 않아서다.
이 같은 환경에도 산업은행은 중국 상하이에서 각오를 새로이 다지고 있다. ‘아시아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상하이 푸동에서 자리 잡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 개척이라는 그림 자체가 어긋날 수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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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선 기자 |
◆한·중 경제협력 가교역할
#. 중국 상하이 푸동 류자주이 금융무역구 지역에는 5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빌딩은 SWFC(상하이세계금융센터: 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101층, 높이 492m의 SWFC는 상하이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바로 옆에 121층(높이 632m)짜리 상하이타워가 들어서기 전에는 상하이에서 가장 높았다.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은 이 빌딩 38층에 있다. 38층으로 가는 도중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산업은행 지점에 도착해 창가를 바라보자 전세계 금융회사 로고가 새겨진 건물들이 눈 아래 펼쳐졌다. ‘금융밀림’ 상하이 푸동 심장부에 산업은행이 자리한 것이다. 냉혹한 ‘금융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곳에서 산업은행은 기업금융 전담은행이라는 특성을 고수하며 조금씩 영업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1996년 4월 상하이에 처음 깃발을 꽂았다.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성장의 궤를 함께했다. 20년간 본점의 기업금융노하우를 활용해 기업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며 자산 10억불 규모의 지점형 외자은행 분행으로 성장해왔다. 상하이지점은 산업은행의 5개 중국 지점 중 최초 개점, 최초 인민폐영업개시(2000년), 최초 파생상품거래업무 인가 취득(2015년), 지난 6월에는 원·위안화 직거래 마켓메이커로 선정됐다. 업무영역을 선도하며 중국 리딩 점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8월말 현재 총자산중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2% 수준으로 한국계 대출 비중(74%)이 비한국계(24%)보다 높은 편이다.
현재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이 취급하는 주요업무는 ▲기업대출 ▲무역금융보증 ▲파생 ▲외환 ▲원·위안화 직거래 등이다. 해당 업무의 능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영업팀, 리스크관리(준법감시, 미들오피스)팀, 영업지원팀 등에 총 53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직원 53명 중 한국인 주재원은 10명, 현지직원은 4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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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선 기자 |
◆신디론 주선 등 새 리스크 관리 나서
자금은 주로 현지에서 조달한다. 달러화 자금은 본점에서 차입하고 위안화자금은 현지 머니마켓에서 조달하는 식이다.
박형순 지점장은 “산업은행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낮은 금리책정이 가능하다”며 “이를 적극 활용해 현지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조달처를 확대해 조달관련 리스크를 분산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여파로 한계기업들의 부실화가 증가하면서 산업은행 상하이지점 역시 부실비율이 증가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부실대출을 줄이기 위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최근 중국계 기업에 대한 신디케이티드론 주선을 강화하는 한편 컨설팅을 확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기업금융부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의 노하우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신디케이티드론이란 2개 이상의 금융사가 모여 공동으로 대규모 시설 및 운영자금, 사회간접자본(SOC),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선박·항공기금융 등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대출을 말한다.
현재 중국은 철도, 도로, 항만과 같은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박 지점장은 “국책은행으로 오랫동안 해외에서 쌓은 신뢰와 본점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대출 외에도 기업의 구미에 맞는 금융기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나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