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은 어두컴컴하고 집안 공기마저 적막한 이른 새벽. 대기업 10년차 김 과장은 스마트폰 소리에 몸을 일으켜 출근준비를 시작한다. 집을 나선 시간은 오전 6시10분. 지하철 안 빽빽한 출근부대에 치이며 그는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출근은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이 됐다고. 10년 전 신입사원 때만 해도 김 과장은 업무성과가 좋으면 보람을 느꼈고 승진이라는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목표나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보다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미래만 희망할 뿐이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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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샐러리맨이 흔들린다.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실직의 위기가 도사리고 물가인상률 대비 연봉은 제자리걸음이다. 설령 실력을 인정받아 조직 내에서 성공하더라도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길어진 수명, 불안정한 경제환경, 부모부양과 자녀부양까지 생각하면 한숨만 늘 뿐이다.
이에 <머니S>가 창간 9주년을 맞아 취업인사포털 ‘사람인’과 손을 잡고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신은 직장생활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주제의 이번 설문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들여다보고 이들이 더 안정적인 경제주체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26일~10월7일 ‘사람인’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됐다. 1470명이 설문에 응했고 여성이 35.2%, 남성이 64.8%를 차지했다. 연령대는 30대 38.8%, 20대 36.2%, 40대 14.1%, 50대 이상 11.0% 순이다. 직종별로는 ▲제조 23.2% ▲경영·사무 20.5% ▲디자인·IT 12.3% ▲건설 8.5% ▲서비스 8.3% ▲유통·무역 5.4% ▲전문직·교육 4.4% ▲의료·제약 3.7% ▲영업·상담 3.5% ▲금융 2.3% ▲언론·방송 1.3% ▲기타 6.6%로 구성됐다.


◆10명 중 8명 “월급 만족 못해”


직장인들은 자신의 회사생활에 얼마나 만족할까. 이번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회사생활 만족도는 평이한 수준을 보였다.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이 41.5%로 가장 많았고 ‘만족’(24.7%), ‘불만족’(22.2%), ‘매우 불만족’(8.6%), ‘매우 만족’(3.0%) 순이었다.

회사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월급’(3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시간 및 강도’(29.9%) 때문에 회사생활에 불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조직문화’(19.5%), ‘복지제도’(7.1%)가 불만의 이유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 중 현재 월급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77.9%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직장인들이 현재 받는 월급과 앞으로 희망하는 월급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3.2%가 ‘150만~200만원’(세전 기준) 사이의 월급을 받는다고 답했고 21.2%는 ‘200만~250만원’으로 비슷한 비중을 보였다. 그 다음은 ‘250만~300만원’(14.6%), ‘300만~350만원’(13.3%), ‘100만~150만원’(11.0%), ‘350만~400만원’(5.5%), ‘400만~450만원’(4.2%), ‘450만~500만원’(3.4%), ‘500만원 이상’(3.3%), ‘100만원 미만’(0.3%) 등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월급은 ‘200만~250만원’(19.9%)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250만~300만원’(19.5%)이 많았다. 그 뒤를 이어 ‘300만~350만원’(14.9%), ‘500만원 이상’(12.7%), ‘350만~400만원’(12.6%), ‘400만~450만원’(7.8%), ‘150만~200만원’(6.4%), ‘450만~500만원’(5.5%), ‘100만~150만원’(0.5%)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월급보다 희망 월급이 한단계 정도 높음을 알 수 있다.


[샐러리맨 보고서-설문조사①] 희망월급과 현실의 벽
[샐러리맨 보고서-설문조사①] 희망월급과 현실의 벽

◆회사도 개인도 ‘비전 부재’
회사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적은 월급이 불만사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비전과 업무의 성격도 연관이 깊다. 현재 회사생활과 맡은 업무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응답자가 기타의견으로 ‘회사나 개인의 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미래가 불안하다’, ‘개인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느낌이다’, ‘앞으로 발전이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기타의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답변이 업무내용과 관련됐는데 ‘업무체계의 비합리성’, ‘월급에 비해 심한 업무 과중’,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영역’, ‘직무와 다른 업무’, ‘프로젝트의 번복’ 등이다. 현재 이직을 준비 중인 회사원 김모씨는 “월급을 적게 받는 편이 아님에도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건 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조직 내 관습을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서”라며 “현재의 직장이 10년 후를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에서 생존하려면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변화가 빠르고 미래지향적인 조직에서 일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