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사진=뉴스1
한의사 의료기기.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사진=뉴스1

의료기기업체 등에 한의사와 거래를 끊을 것을 강요한 대한의사협회 등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원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등 의사단체 3곳이 의료기기업체, 진단검사기관에 대해 한의사와 거래를 끊을 것을 강요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과징금 10억원, 대한의원협회는 과징금 1억2000만원, 전국의사총연합은 과징금 1700만원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일반 한의원에서 임상·학술연구를 목적으로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한의사가 진료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혈액검사 등 검사를 의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초음파기기 판매업체 GE헬스케어에 한의사와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의사와 거래하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이에 따라 GE헬스케어는 한의사와 거래를 모두 끊고 거래 중이던 초음파기기 9대에 대한 계약 손실을 모두 떠안았다. GE헬스케어는 대한의사협회의 요구에 따라 사과를 하고 조치 결과는 공문으로 따로 보냈다.

GE헬스케어와 한의사 간의 거래는 지난 2011년부터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삼성메디슨 역시 같은 해부터 한의사와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지난 2011년 7월 회원 제보를 받고 녹십자, 삼광, 씨젠, SCL, 이원 등 대형 진단검사기관 5곳에 한의사의 혈액검사 의뢰를 받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관은 한의사에 대한 거래를 모두 끊거나 끊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5개 기관의 국내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이외에 전국의사총연합은 녹십자, 씨젠, 이원, 한국필 등 16곳에, 대한의원협회는 녹십자, 한국필 등 2곳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중 녹십자, 씨젠, 한국필 등 3개 기관들은 곧바로 거래 중단 요구를 수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의사단체들이 관련 기관과 업체에 한의사와 거래를 끊을 것을 강요하면서 한의사들은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고 봤다. 또 소비자들이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한의원에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 비용이 증가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까지도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의사단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1억3700만원을 부과했다.

김호태 공정위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은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해야 할 의료전문가 집단인 대한의사협회 등이 사업자단체의 힘을 이용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등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엄중 조치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