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0개사 올해 예상 순익 102조, 최고 실적 돌파 전망

한국증시가 악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힘을 잃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 대선과 금리인상, 중국 유커(중국인관광객)의 한국 방문 제한 등으로 위험요소가 커지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경기 불안과 정치적 이슈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좋아져 2017년에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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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몰아치는 악재에 코스피 ‘우울’
우리나라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증시도 위축된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보다 0.7% 늘었다고 발표했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이 부진한 가운데 건설투자와 정부 재정에만 기댄 성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부양정책과 부동산시장의 활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제시한 목표 GDP 달성보다는 한국경제의 자생적 성장 지속성이 약화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증시의 기초체력으로 볼 수 있는 GDP가 편향된 모습을 보이면서 코스피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6일 기준 코스피는 장중 1.71% 하락한 2002.29선까지 내려가며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에 근접했다. 코스피가 꺾인 직접적 계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다. 지난달 11일 삼성전자는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한 갤럭시노트7의 생산과 판매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해 3분기 실적도 기존 7조8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 감소한 5조2000억원으로 정정 발표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8% 넘는 급락세를 기록했고 코스피도 1.2% 넘게 빠졌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5%가량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기업 ‘빅2’로 불리는 현대차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신흥시장 부진, 환율 악화, 국내공장 파업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과 현대가 흔들리면서 다른 국내기업의 실적에도 여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기업 실적뿐 아니라 혼란스러워진 국내 정치상황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적으로도 악재가 겹쳤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난 것.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산유량 안정을 위한 감산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52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몇몇 회원국의 감산 면제 요청에 합의 무산 불안감이 커지며 다시 50달러를 내줬다.

아울러 중국발 리스크도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으로 보내는 관광객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관광국)은 최근 ‘불합리한 저가여행 전문 행동 통지’를 하달해 현지에서의 쇼핑을 하루 1회로 제한하는 등 쇼핑 강매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쇼핑관광을 위해 한국에 오는 중국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화장품, 중국소비 관련주들이 폭락했다.

◆전체 상장사 실적 개선… ‘박스피’ 돌파 가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간에 상승 동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는 12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와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지속돼 수급기반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정책 및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심리가 높은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투심 악화요인들이 겹치고 있어 당장 코스피의 상승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선호 심리가 여전하고 신흥국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기대되는 터라 코스피는 추가 급락보다 하방 경직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주요 상장기업들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2017년에는 2011년 4월 기록했던 코스피 역대 최고치인 2231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에 갇힌 근본적인 원인은 주요국 통화정책과 같은 외부요인이 아니라 6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익이 문제”라며 “2010년 이후 한국 기업들의 연말 주가를 연간 실적으로 나눈 실질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 수준으로 거의 일정했는데 이는 주가가 실제 기업이익과 강하게 연동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애널리스트는 “올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주요기업 200개사의 예상 순이익 총액은 102조원으로 갤럭시노트7 단종, 추정 오차 등을 감안해도 9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이는 2010년 최고 실적을 드디어 돌파하는 것으로 2017년에도 이익급감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실적 모멘텀이 기대되는 종목 위주로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7일 기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중 약 40%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로 반도체, 건설, 은행업에 포진한 종목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7년 영업이익 전망치 변화율을 보면 IT, 소재 및 산업재, 은행 등 경기민감업종이 두드러진 이익 모멘텀을 보유했다”며 “특히 변동성 장세에서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은 안정적인 대안처로 부각될 수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배당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은 통신, 유틸리티, 은행, 금속광물, 에너지, 보험, 소비자서비스 등이다. 그는 통신, 유틸리티, 은행업종이 지난해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실적 모멘텀도 겸비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머니S톡] 외풍에도 믿을 건 'OO'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