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이 오는 12월1일 독립법인으로 재탄생한다. 수협중앙회 신용부문을 분리하는 ‘수산업협동조합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독립법인 출범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수협은행은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 이전부터 차근차근 출범준비에 착수해왔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무리 없이 출범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에는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독립법인은 환영하지만 정착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사진제공=수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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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 그늘 벗고 규모 키운다
독립법인 출범을 앞두고 수협은행 내부는 상기된 표정이 역력하다. 수협중앙회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독립체제로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 당장은 규모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의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27조원. 당기순이익은 780억원 수준이다.


총자산 200조원대를 기록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금융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규모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수협은행 측은 보고 있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내 자산을 현재의 1.5배인 40조원까지 늘리고 당기순이익도 두배가 넘는 18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독립법인이 출범하면 수협은행은 지금보다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먼저 보통주 중심으로 자본구조가 개선돼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은행 충격흡수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고금리 부채성 자본의존도 축소로 수익성 개선 및 대고객 신뢰도를 높이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조직문화 혁신작업도 추진 가능하다. 수협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 6월 미래창조실을 신설, 은행의 비전을 수립하고 가치체계를 정립하는 데 주력해왔다.

수산업분야의 금융지원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수협은행은 수산업부문 금융회사다. 이에 따라 독립체제작업이 완료되면 수산업부문 대출지원상품이 다양하게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원태 행장은 “창출된 이익을 어업인 복지와 교육지원, 경제사업 활성화 등 협동조합사업에 환원해 어업인과 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공적자금 상환 등 과제 산더미

수협은행의 독립법인에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수협은행이 지금은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지만 제대로 이행될지가 미지수라는 것.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고 금융시장도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러서다. 독립출범을 해도 금융권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데 이 역시 시장환경이 어려워 쉽지 않아 보인다.

독립법인으로 출범한다고 해도 사실상 수협중앙회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수협은행과 지배구조가 유사한 농협중앙회의 경우 수협중앙회보다 3년 먼저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가 시행됐지만 아직도 중앙회와 계열사 간 완벽한 독립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신경분리 시행 초기엔 농협중앙회와 농협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간 내분이 일어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금조달도 걸림돌로 꼽힌다. 수협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적자금을 갚지 못했다. 외환위기 때 받은 금액 그대로 빚으로 남은 상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수협중앙회에 오는 2028년까지 공적자금을 모두 갚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상환의무가 수협중앙회에 있다고 봤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계열사로 전환하는 수협은행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정부에 상환키로 내부규정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이유는 계속 방치했다간 우선상환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가운데 공적자금을 한푼도 상환하지 못한 곳은 수협은행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독립출범자금 확보도 산 넘어 산이다. 수협은행은 독립법인화에 2조원의 자금조달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 이 중 3000억원은 수협은행이 스스로 조달하기로 했다. 자체 조달안은 회원조합 출자금 500억원, 임직원 출자금 240억원, 공장판 터나 폐쇄된 바다마트 등 비업무용 고정자산 매각 700억원, 수산금융채권 발행 1500억원 등이다. 수협은행은 필요자금 가운데 6000억원을 수산금융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되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정부 역시 이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독립출범한 수협은행이 안착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이 자율경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협은행 독립출범 왜?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수협중앙회 경제사업(수산물 판매)과 신용사업(수협은행) 부문을 분리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번에 분리되면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주식회사 형태로 바뀐다. 2012년 농협중앙회가 추진한 신경분리처럼 수협중앙회도 ‘수협중앙회-수협은행’ 형태의 출자구조를 갖는다.
수협은행의 홀로서기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기준인 ‘바젤Ⅲ’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2013년 12월부터 18개 시중은행에 바젤Ⅲ 기준을 도입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고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기본자본비율은 6%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당시 수협은행은 조합원 출자와 공적자금 투입 등 자본구조의 특수성을 감안해 3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바로 시행할 경우 1조1000억원대의 공적자금이 모두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 이 경우 수협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수협은행을 분리해 공적자금 상환의무를 수협중앙회에 떠넘겼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