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화이트.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뉴시스(AP 제공)
앵그리 화이트.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뉴시스(AP 제공)

앵그리 화이트가 미국 대선의 표심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백인 남성을 말하는 ‘앵그리 화이트 맨(angry white men)’의 표가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앵그리 화이트는 미국 정치권에서 쓰이는 용어로, 90년대 초반 직업의 성별·인종별 쿼터와 같은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불만을 품고 우경화되면서 보수당인 공화당 투표 블록을 형성한 백인 남성 계층을 이른다.

소수민족 정책 등의 폐쇄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전에서 이 ‘앵그리 화이트 맨’ 블록의 강한 지지를 받아온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실제 이번 투표 출구조사 분석 결과 성별, 인종별 투표에서 공화당에 가장 기운 계층은 백인들이었다.


출구조사를 보면 남성의 경우 53대42로 트럼프에 기울었고, 여성의 경우 54대42로 클린턴에 더 많은 표를 줬다. 흑인의 경우 88대8, 히스패닉은 65대29로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클린턴에 던졌다. 그러나 백인들은 58대37로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구성에서 백인 비율은 60%를 넘는데다 유권자 가운데선 70%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백인의 60% 가까운 트럼프 지지는 투표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들 앵그리 화이트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구호로 삼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 폐쇄적인 인종정책 등을 환영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유력정치인들의 엘리트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는 설명도 나온다. 투표 과정에서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를 뽑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호감보다도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을 더 많이 언급하는 사례를 끊임없이 보도해왔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 투표에서 플로리다 등 주요경합주로 꼽히던 지역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선거인단 수 306대232로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그러나 전체투표에선 클린턴이 47.7%(5968만35표)로 47.5%(5947만9278표) 지지를 얻은 트럼프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도 앨 고어 후보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체득표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대통령 당선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