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트럼플레이션(트럼프 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말부터 트럼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국내 시장금리는 상승기에 접어든다. 그런데 아직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시장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추세다.

이달 초 1.8%대였던 미국 국채금리(10년물)가 대통령 선거 직후 10개월 만에 2%선을 넘었고 국내 채권금리(10년물)도 1%대 후반에서 2%대를 돌파했다. 국고채 금리상승이 은행의 조달비용을 늘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KB국민·신한·KEB하나 등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7일 현재 고정·변동금리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11월 초 2%대던 대출금리는 3~4%대로 올랐고 10개월 만에 고정금리가 5%대인 대출상품도 등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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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부터다. 다음달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앞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부채를 옥죄기 위해 5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트럼프발 시장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리상승기, 대출자·은행 부담 줄이려면

금리상승 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가구는 부채상환에 월 소득의 40% 이상을 지출하는 한계가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높은 한계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 134만가구에 달한다. 상당수는 고령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으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가 약 8만8000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계가구와 취약계층의 대출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고정금리 대출과 분할상환 전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지난 9월 총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를 받은 대출자 비중은 48.6%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이 대부분이다. 대출액이 1억원일 경우 기준금리가 0.2%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이 20만원 늘어난다. 상당수의 대출자가 이자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금리상승기 채비에 나서야 한다. 고정금리 수요가 늘면 은행의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모기지 유동화시장의 활성화 등 대출자금 조달방법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자금을 단기예금으로 조달하던 것을 주택저당증권(MBS)이나 커버본드로 대체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이는 고정금리대출의 자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어 낮은 금리로도 고정금리대출을 취급할 수 있다. 실제 MBS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성화된 독일·프랑스·덴마크의 시중은행은 조달비용이 줄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를 취급하는 비중이 높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금리인상 시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가 장기간 고정되기 때문에 고정금리대출 증가에 의한 상대적 비용이 늘 수 있다”며 “자금조달을 단기예금에 제한하지 않고 모기지 유동화시장으로 돌려 고정금리대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TI보다 강력한 DSR, 규제 풀어야

다음달 도입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DSR은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규제로 금리상승기에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DSR은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라는 점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으나 주택담보대출원리금과 함께 다른 부채원리금까지 갚을 수 있는지를 계산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방식이다. 예컨대 5000만원의 신용대출이 있는 직장인이 새로 주택담보대출 2억1000만원을 받으면 기존 DTI 기준에선 관리대상이 아니지만 DSR로 평가하면 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88.3%로 증가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은 소득이 낮은 실수요자가 부동산담보대출에 쓸 수 있는 여력을 낮춰 이자가 높은 2금융권의 대출을 받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무주택자에게는 예외를 두는 방안 등의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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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상승기 대출전략

금리상승기에는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만 금리인상의 효과가 바로 적용될 수도, 늦게 반영될 수도 있어 자신의 대출조건을 꼼꼼히 살핀 후 갈아타기에 나서야 한다.
금리가 상승해도 이자는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 단기대출은 변동금리로 받고 장기대출은 고정금리로 받는 게 유리하다.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코픽스는 은행 수신금리 등 은행의 조달금리를 취합해 은행연합회가 한달에 한번 발표하지만 가산금리는 은행의 전략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우대가산금리를 받은 고객이라면 대출을 갈아타지 말고 당분간 금리 추이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변동금리대출을 당장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 실제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보통 0.3%포인트가량 높아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

갈아타기 전 얻는 이익과 수수료 부담도 비교해봐야 한다. 또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3년이 되기 전에 대출을 갚을 경우 대출액의 1~2%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물리는데 이 금액은 3년에 다가갈수록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이미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경우 대출을 유지하고 금리변동을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분간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오름폭이 크지 않다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장인태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PB팀장은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그동안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미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변동금리대출 고객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상승 추이를 지켜보다가 갈아타기 전략을 세워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