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진실공방 장기전 돌입
주름제거 등 미용 성형에 쓰이는 보톡스의 원료 보툴리눔 톡신의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국내 1호 개발사 메디톡스가 자사 기술을 전격 공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대웅제약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며 장기전으로 흐를 조짐을 보인다.
◆엇갈리는 주장…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휴젤 등 후발주자를 상대로 수년전부터 원료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심증만 있을 뿐 확실한 물증이 없어 구체적 의혹 제기는 자제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대웅제약과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가 각각 토양(마구간 흙)과 통조림으로 확인됐다. 이후 메디톡스는 정현호 대표가 직접 나서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키웠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자사 보톡스 DNA 염기서열까지 공개하며 대웅제약이 균주에 붙인 ‘홀’이라는 이름을 문제 삼으며 “홀은 미국 위스콘신대, 엘러간, 메디톡스만이 보유하고 있는 균주”라며 “대웅제약이 이 이름을 붙여 명성에 편승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토양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며 자사 제품을 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접수, 경찰도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게 메디톡스 측의 주장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토양미생물로 자연상태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을 분리동정한 사례는 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에 걸쳐 존재한다는 관련 논문을 근거로 반박했다.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이미 종결됐다고 반격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경찰에선 (메디톡스가) 없어진 물건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 수사 요건이 성립이 안돼 수사가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디톡스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균주를 반입한 경위에도 심각한 문제 소지가 있고 자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부분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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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재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분쟁 중인 3개 업체가 동의하면 시판허가 당시 심사자료를 각사가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대웅제약이 중재안으로 분쟁이 종식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휴젤은 식약처의 중재를 받겠다는데 대웅제약 측에선 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중재에 따라 심사자료를 공개하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 관계자는 “자체 연구 결과 발견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토대로 나보타(보톡스 제품)를 만들었는데 메디톡스 측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며 해외 수출 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신중한 대응을 고민 중”이라며 “심사자료를 공개해도 또 다른 의혹 제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전 양상에 뒷말 무성
결국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법적공방 등을 통해 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 일각에선 양사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이 법정 싸움까지 번지는 것은 보톡스시장이 1~2년 내 10조원 규모의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해외 진출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혹 제기에 적극적인 메디톡스는 미국 엘러간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미국 진출을 타진 중이지만 엘러간이 임상 진행을 의도적으로 늦춰 대웅제약 나보타보다 최소 1년 이상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디톡스가 엘러간과 손을 잡고 경쟁사의 미국 진출을 늦추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디톡스는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 액상형 보톡스 이노톡스를 2013년 엘러간에 4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엘러간을 통한 미국 임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엘러간이 자사 제품 판매에만 집중하고 이노톡스 임상은 사실상 진행하지 않아 미국 현지에서 반독점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올해 초 나보타 임상 3상까지 마친 후 2018년 상반기 미국 내 판매를 목표로 순조롭게 수출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 나보타가 메디톡스 이노톡스보다 최소 1년 이상 미국 진출이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도 “나보타는 국내외에서 안전성과 효능 입증을 통해 해외 60여개국에서 1조원 이상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품목으로 미국, 유럽에서 임상을 완료하고 허가신청을 앞두고 있다”며 “경쟁사에서 우리의 해외시장 진출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기원이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고, 이 대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 시판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균주의 출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미국 진출을 준비하다 문제가 생기면 이후 진출하려는 한국산 보툴리눔 제제 전체에도 피해가 이어질 수 있어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