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필요한 자금 모금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기업을 통한 다른 사업 모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두 재단과 관련한 모금액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이 기업을 압박해 모금한 돈은 얼마나 될까.

박근혜 정부 들어 대기업들은 정부 혹은 비선실세의 요청을 받고 총 2164억원을 출연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청년희망펀드 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원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여기에 대기업 15곳에 지역을 할당해 설립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반 강제적으로 출연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부 주도 하에 수천억원의 자금 모금이 이뤄졌다. 저소득층 금융 지원을 위한 미소금융사업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 기업들에게 총 1조원을 할당했고, 이와 별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건 동반성장기금으로 7000억원 이상을 걷었다.


또 은행들으로부터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을 만들면서 5000억원을 출연할 것을 요구해 약 4000억원가량을 모금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 최고위층에서 ‘특정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강요 같은 요청이 들어오면 무시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돈을 안냈을 시 각종 불이익을 우려해 반강제적으로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낸 기업을 피해자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세금, 연기금 등을 좌지우지하는 정부는 기업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모금에 대한 보답으로 기업들에게 법인세율 3% 인하(25%→22%)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또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각종 비리 혐의로 처벌을 받은 재벌총수를 대거 사면·복권 시켜줬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금을 낸 기업의 개별 민원을 듣고 해결해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회계사 372명은 지난 17일 시국선언문을 통해 “경제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자본시장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며 “최순실과 측근들, 이들과 거래해 탐욕을 추구한 재벌기업인들도 철저히 조사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