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더한 제품 잇따라 출시… 왕좌 윤곽은 미지수
표백제(세탁용)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가습기살균제 파동'으로 시장에서 낙마한 ‘옥시’의 빈자리를 경쟁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며 ‘포스트 옥시’를 외치고 있는 것. 주인없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과 세탁세제시장의 변화를 짚어봤다.
표백제(세탁용)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가습기살균제 파동'으로 시장에서 낙마한 ‘옥시’의 빈자리를 경쟁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며 ‘포스트 옥시’를 외치고 있는 것. 주인없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과 세탁세제시장의 변화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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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DB |
◆‘옥시사태’ 생활용품시장 매출 ‘뚝’
옥시는 생활용품시장에서 80%에 육박하는 절대적인 매출비중을 자랑하는 업체였다. '옥시크린'은 표백제의 대명사로 불렸고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세정제 등 대부분의 생활용품 라인업이 매출 상위를 차지했다.
옥시가 퇴출된 4월 이후 생활용품시장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이마트에 따르면 옥시사태 직후인 지난 4월18일부터 한달간 섬유유연제 매출은 16%, 표백제는 42.9% 급감했다. 또 방향·탈취제 30.1%, 제습제 48%, 세탁세제 17.9%, 방충제 5.5%의 매출 급감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현재 옥시 제품은 대형마트 좌대에선 빠졌지만 일부 지역 중소형마트와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는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판매율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가 옥시 제품을 불매하면서 전체 생활용품 매출도 줄었다. 국내 대형마트의 생활용품매출은 6개월째(10월 매출 기준) 하락세다.
매출하락세는 소비자 사이에서 화학성분이 포함된 생활용품 자체에 대한 공포감이 아직도 줄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집에서 직접 천연세제를 만들어 사용하는 '노케미(No-chemi)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한 오픈마켓에 따르면 식초와 구연산·베이킹소다·밀가루·소금 등 세제나 탈취제를 만드는 천연재료의 판매량이 지난 4월 이후 매달 20%씩 증가했다. '케미포비아'로 인해 아예 안전한 성분으로 직접 세제를 만들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옥시의 점유율이 70~80%에 달했던 만큼 이들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전체 생활용품 매출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생활용품의 경우 가정 내에서 세탁이나 설거지, 샤워 등을 할 때 꼭 필요한 제품이라 시간이 지나면 매출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옥시의 점유율이 70~80%에 달했던 만큼 이들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전체 생활용품 매출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생활용품의 경우 가정 내에서 세탁이나 설거지, 샤워 등을 할 때 꼭 필요한 제품이라 시간이 지나면 매출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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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유한양행 유한젠, LG생활건강 산소크린, 애경 산소표백제 스파크, CJ라이온 비트O2 크린 플러스. /사진제공=각사 |
◆표백제사업 본격 전개하는 기업들
업계는 이르면 내년에 생활용품시장 매출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본다. 관건은 옥시크린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표백제시장에서 누가 최종승자로 등극하느냐다. 업체들은 옥시크린의 '80%'를 차지하기 위해 천연유래성분을 활용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 기준 세탁세제 시장점유율(누계치)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 34.4%, 애경 25%, CJ라이온 17%로 3강체제를 갖췄다. 이밖에 옥시레킷이 3.8%, 피죤이 3.3%를 차지했다.
현재 표백제시장만 따로 집계한 통계치는 없는 상태다. 대형마트 측은 업체들이 구체적인 판매수치를 밝히는 것에 민감해 한다며 표백제품의 정확한 통계수치 공개를 거부했다.
LG생활건강은 옥시사태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 업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사이트 티몬에 따르면 지난 4월18일부터 5월1일까지 옥시의 매출이 급감한 반면 경쟁제품인 LG생활건강의 '테크'와 '슈퍼타이'가 10%, 41%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말, 표백제 '산소크린'을 출시하며 옥시사태 후 발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천연세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지난 8월 천연유래성분을 포함한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담은 ‘산소크린 베이킹소다’와 ‘산소크린 식초표백’을 출시했고 최근 또 다른 표백제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용품분야의 강자 애경도 표백제시장에 뛰어들었다. 애경은 11월 기존 가루세제 대표브랜드인 '스파크'를 활용한 '스파크 산소표백제'를 출시했다.
애경 관계자는 "옥시가 온라인 위주로 판매를 지속하고 있지만 세탁용 표백제의 주 소비계층인 중년여성층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인 대형마트 구매를 선호할 것"이라면서 "충분히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CJ라이온도 100% 천연성분의 '참 순수한 베이킹소다'를 11월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천연광물에서 추출한 100% 천연원료만을 담았다는 것이 CJ라이온 측의 설명이다. 베이킹소다 외에 다른 성분을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피죤도 지난 7월 12가지 유해 우려성분을 제외한 '매직O2'를 리뉴얼 출시했으며 12월 프리미엄급 표백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표백제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업체는 유한양행이다. 지난 11월17일 <뉴스1>은 닐슨데이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유한양행 계열사 유한크로락스가 출시한 '유한젠'이 출시 두달 만에 대형마트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유한젠은 표백제의 원조 격인 미국 크로락스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유한젠이 판매량에서 수위를 다투는 것은 맞지만 생활용품시장 자체가 침체돼 전체 표백제매출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표백제시장에도 천연성분 바람이 불면서 프리미엄 표백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연말에 출시되는 표백제가 많아 옥시사태가 더 진정될 내년 중순 이후에나 의미있는 시장점유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