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길 바라는 업계가 있다. 최근 불황에 늪에 빠진 아웃도어업계 얘기다.
아웃도어시장은 지난 2014년 7조원대 규모로 성장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캠핑의 인기와 함께 등산족들이 증가하며 아웃도어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중장년층들이 일상복을 아웃도어 제품으로 구매하며 패션업계에서도 주목하는 블루칩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아웃도어시장은 올해 5조원대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규모가 4조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웃도어업체들은 패딩 등 다운재킷 매출에 의지하며 올 연말도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상황이다.


◆업체 명운 쥔 '다운재킷' 매출

각사의 매출집계를 살펴보면 올 1~10월까지 국내 상위 10개 아웃도어브랜드의 매출은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K2와 블랙야크, 라푸마, 밀레, 콜럼비아 등은 매출이 전년대비 15% 이상 줄었다.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업체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유일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아웃도어회사의 전체 매출 중 70% 이상은 다운재킷 매출이 차지한다. 다운재킷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면 시즌 장사를 망쳤다고 업계에서 표현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매년 신제품 다운재킷 출시에 열을 올린다. 이월 제품을 상설매장에서 판매하는 비중도 다른 업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보다 각종 할인행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다운재킷은 제품 자체가 워낙 고가다 보니 마케팅에 더욱 집중한다. 올 겨울은 한파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돼 매출상승을 기대 중이다"라고 전했다.

네파 경량다운 '스파이더 재킷'./사진=네파 제공
네파 경량다운 '스파이더 재킷'./사진=네파 제공
미우나 고우나 다운재킷은 아웃도어 업체들의 명운을 쥐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도 업체들은 거액의 광고비를 들여 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다. 다른 업계에 비해 광고모델에 따라 매출 변동이 심한 것도 톱 연예인을 광고모델로기용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아웃도어업체들의 광고모델 라인업은 별들의 전쟁이다. K2는 현빈, 코오롱은 강동원을 모델로 기용했으며 네파는 전지현, 노스페이스는 강소라다. 특히 블랙야크는 최근 젊은층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가수 지코를 모델로 내세워 눈길을 끈다.

◆패딩도 '가성비' 트렌드… 회사갈 때도 입는다

최근 기습한파가 몰아치며 아웃도어업체들은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10/21~11/20) 다운재킷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세를 몰아 업계는 시장트렌드에 맞물리는 신제품을 선보여 시장 선점을 노린다.

소비시장에 불어 닥친 '가성비' 트렌드는 아웃도어업계에도 영향을 줬다. 가치소비의 경향이 확대되며 야외활동과 함께 평범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도심형 아웃도어 수요가 높아진 것.

블랙야크의 경량다운 '카디프H다운재킷'./사진=블랙야크 제공
블랙야크의 경량다운 '카디프H다운재킷'./사진=블랙야크 제공
실제로 직장인들은 무겁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코트보다 보온성이 높고 가벼운 다운재킷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아웃도어업계는 정장 차림에도 어울리는 '오피스 다운'을 속속 선보이는 추세다. 소비자들은 이제 아웃도어의 기능성은 물론 캐주얼로도 활용 가능한 도시적인 느낌이 혼합된 제품을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존 다운재킷들의 기능성 여부보다는 스타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면서 "허리라인이 세련되게 드러나는 핏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며 일상복과 쉽게 매치할 수 있는 단색 색상의 활용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웃도어업계는 올해 인기트렌드로 '경량패딩'을 꼽고 있다. 등산 등 운동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웃도어가 경량패딩을 통해 애슬레저룩(운동+여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 "아웃도어업계는 제품의 캐주얼화를 통해 구매층을 젊은 세대로 낮추길 원하고 있다"면서 "캐주얼화의 핵심은 기능성 제품들의 경량화다. 일상복처럼 입어도 무리가 없으면서 패션기능까지 갖춘 제품이 얼마나 시장에서 인기를 끄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