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등 권력 심장부의 각 기업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뇌물공여 의혹은 피하면서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인식을 주도록 답변한 셈이다.
청문회 증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9명의 재벌총수 중에선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많은 질문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 자금 출연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등에 대한 별도의 지원과 관련해 지난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이라는 대가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집중 추궁에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무언가를 바란 지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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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총수 9명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최태원 회장은 추가 면세사업자 선정, 광복절 특사가 대가 아니냐는 추궁을 받았지만 “면세점은 저희에게 너무 작은 회사로서 별 관계가 없었다”며 “특사 문제는 당시 제가 관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회장은 가장 적극적인 해명을 내놨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경영일선 후퇴와 관련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하며 압박했다”며 “군부시절에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청와대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또 조카인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특사 청탁에 대한 질의에는 “사면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답했다.
다른 재벌총수들은 모두 “대가를 바라고 최씨 측에 출연한 게 아니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의혹에 대해선 “그런 일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등의 답변으로 말을 아꼈다.
정경유착의 진원지라는 의심을 받는 전경련의 해체나 환골탈태 수준의 개편도 언급됐다. 이 부회장, 최 회장, 손 회장은 ‘전경련 해체’ 주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 기능과 재계 친목 단체로서의 역할만 해야 한다”고 전경련 개혁을 주장했다.
재계서열 상위 그룹사 총수들의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청문회를 통해 확인된 만큼 전경련은 폐지 혹은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정경유착 같은 걸 다 끊고 앞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