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주범 이산화탄소는 '나몰라라'… 정책일관성 없어
‘미세먼지’는 올해 가장 큰 환경 관련 이슈다. 이른바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의 배출물질에 관심이 급증했고 정부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며 그 주범으로 디젤(경유)차를 지목했다. 이후 경유값 인상을 비롯한 각종 대책에 대한 여러 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에 대한 태도는 조금 모호하다. 디젤차의 약점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지만 장점은 무시하다시피 하기 때문. 관련 부처와 법규가 얽히고설켜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단지 ‘탄소감축’에 대한 큰 틀에서의 접근만 이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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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디젤차가 미세먼지 주범?
정부는 미세먼지 논란이 일자 디젤차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경유값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했고 정부부처 간에도 이견을 보이며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특히 승합차나 소형 상용차 등 생계형 차종이 많아 반발이 심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연료가격 비율산정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휘발유와 경유의 100대85로 정해진 비율을 좁히겠다는 것으로 내년 상반기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가격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여론몰이(?)에 성공한 정부는 디젤차에 혜택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다른 연료를 쓰는 차로 수요가 옮겨갈 거란 판단에서다.
지난달 환경부는 ‘저공해차’에 대한 개념을 새로 정의했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는 자동차,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에 따른 제작차의 배출허용기준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환경부가 구분한 건 3가지. 제1종은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차 등 배출가스가 없는 경우, 제2종은 하이브리드차 등 일반제작차보다 배출가스가 현저히 적은 자동차를 뜻한다. 마지막 제3종은 일반제작차보다 배출가스가 적게 배출되는 차로 연료별 입자상물질(PM)과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을 똑같이 맞췄다. 입자상물질은 필터로 걸러낼 수 있지만 질소산화물은 당장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디젤차를 저공해차에서 배척한 것과 마찬가지. 이 기준은 이달부터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자체적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환친차법)에서는 친환경차의 개념을 전기차, 태양광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천연가스자동차, 클린디젤자동차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가 최근 천연가스차와 클린디젤차를 삭제했다.
부처별로 기준을 따로 정한 건 보조금 등 정부 지원금과도 관련이 있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원들의 말을 빌어 “당분간 디젤차가 저공해차로 인증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해 디젤차의 혜택을 다른 연료차에 주겠다는 얘기다.
디젤을 앞세운 여러 수입차업체는 정부와 엮이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기본적인 인증조차 쉽지 않은 마당에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면 굳이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 반면 국내 완성차업계는 여러 인증요건에 맞추기 유리한 데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대안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말 한국수입차협회는 디젤차의 미래와 관련한 포럼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행사에 참석한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감정적으로 디젤을 배척하려 한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온실가스 대책은 총량 줄이기
정부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중이다. 관련 법규도 복잡하게 얽혀서 인과관계를 제대로 따지기가 쉽지 않다. 저탄소 인센티브제 등의 활동을 통해 단지 국가적으로 총량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는 중이다. 효율이 좋은 제품을 쓰도록 해 모든 단계에서의 탄소발생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2020년이면 파리협약(UN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 제한이 적용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환경보전법을 만들었고 자동차는 2020년부터 km당 평균배출량을 97g까지 낮춰야 한다. 해당 연도의 온실가스 평균배출량이나 평균에너지소비효율이 기준 이내인 경우 차이 분을 다음 연도부터 일정 기간 이월해 사용하거나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산업계를 의식한 탓이란 시각도 있다. 국산차업체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은 개별 업체들이 노력을 해야 해서 정부는 큰 틀에서의 기준만 마련해둔 것"이라며 "항목별 세부기준까지 적용하면 개별 업체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쉽게 보면 당장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 앞으로 알아서 잘 대응하라는 식이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모호한 이산화탄소 배출기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다.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건 주무부처가 다양하게 얽혀 있다”면서 “서로 역할이 달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 풍선효과 주의해야
자동차업계에선 논란이 된 입자상물질과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물질 규제에만 집중한 환경부 지침에 불만이 많다. 특히 뛰어난 연료효율과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디젤의 장점은 무시한 채 저공해차 기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진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동차미래연구소장 박재용 이화여대 교수는 “해외에선 친환경차 기준에 이산화탄소를 포함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디젤기관이 가진 장점이 꽤 많고 현재 제기된 문제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이른바 연료 풍선효과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젤차 수요가 전기나 하이브리드로 가는 게 아니라 다시 내연기관으로 향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가솔린엔진이어도 연료를 직접분사하는 방식이면 질소산화물이 디젤처럼 늘어난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연료가격이 오르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SCR장비를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더 낮추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만 비용이 문제”라며 “앞으로 연료효율과 배출가스를 모두 잡기 위해 디젤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자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무조건 디젤차를 배척하기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고 제품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산업경쟁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