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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
◆ECB 양적완화 연장… 시장 관심은 ‘FOMC’로
8일(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애초 내년 3월까지로 설정한 국채매입 등 QE 시행기한을 당초 예상을 깨고 내년 12월까지 연장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ECB는 내년 3월까지는 현재와 같이 매월 800억유로 규모의 QE를 유지한 후 내년 4월부터는 600억유로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6개월 연장을 예상했었다.
ECB의 양적완화 연장 발표는 유로존 체제 지속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서 촉발된 반세계화 움직임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할 적절한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는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제안한 개헌안의 찬반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60%를 넘어서며 부결됐다. 개헌안은 상원 의원수를 3분의 2 줄이고, 지방정부 20곳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의원 수를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여 권력을 축소하고 형식적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비용을 감축하는 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탈리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이탈렉시트’(Italexit) 움직임이 구체화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탈퇴와 리라화 복귀를 목표로 내걸고 있는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오성운동’ 당은 2009년 창당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
이탈렉시트는 이탈리아 은행발 금융불안과 주변 재정 취약국들의 리스크 확산 우려를 부추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는 도산을 막기 위해 올 연말까지 50억유로(약 6조2345억원)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유치가 힘들게 되자 BMPS 이사회는 ECB 감독기구에 내년 1월까지 시한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불확실성은 물론이거니와 당장에는 유로화 약세로 인해 추가 달러 강세 압력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강달러에 따른 부정적 영향권에 노출된 신흥국증시는 달러 강세에 따른 추가 자금이탈 요인이 추가된 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이번 양적완화가 글로벌증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달러/유로 환율은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후 1.085달러에서 1.061달러로 떨어졌다. 유로화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CB가 완화적 모습을 보이면서 장기금리는 오르고 단기금리는 하락했는데, 이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질 때 나타나는 스프레드”라며 “미국에서 시작된 증시 열기가 유럽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제 시장은 오는 13일 열리는 미국 FOMC 이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유로화 약세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인 탓에 옐런 의장이 금리는 인상하지만 ‘비둘기적’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플레이션 정상화 속도가 느려질 위험을 경계할 것”이라며 “지난 9월 제시된 궤적을 유지하면서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을 것임을 재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