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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 순정부품 범퍼(왼쪽)와 인증부품(오른쪽). /제공=한국자동차부품협회 |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에코플라스틱’이 수입차 대체부품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수직적 도급문화 아래 애프터마켓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부품제조사들이 대체부품 인증제를 통해 다른 판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한국자동차 부품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생산회사인 에코플라스틱은 지난 11월 국내 부품제조사 중 최초로 대체부품을 인증받았다.
대체부품 인증제도는 제조사가 유통하는 이른바 ‘순정부품’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정부가 지난해 1월 도입한 제도다. 충돌 사고시 손상 빈도가 높아 수리비에 영향을 많이 주는 부품과 승객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펜더, 범퍼커버, 헤드램프 등의 부품을 중심으로 순정부품과 유사한 품질의 대체부품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에코플라스틱이 인증받은 제품은 BMW5시리즈(F10)의 앞 범퍼 1종으로 보험개발원(KIDI)에서 11가지의 엄격한 시험을 거쳤다. 인장강도시험과 충격시험에서 순정부품보다 더 높은 측정치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협력업체인 에코플라스틱의 대체부품 인증을 이례적인 일로 바라본다.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실시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그간 국내 부품 제조사들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유통에 나선 업체들은 해외 업체들이 만든 부품을 수입해 인증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수직적인 도급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부품 제조사들이 원청의 눈밖에 나기를 꺼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에코플라스틱은 제조하는 범퍼부품을 전량 현대차에 납품하던 회사다. 이번 인증을 통해 독자적인 부품 유통에 나서게 된 것. 에코플라스틱 관계자는 “정부의 애프터마켓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개발하고 인증받았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부품을 유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BMW 5시리즈 범퍼를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범퍼를 인증받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수경 한국자동차부품협회 회장은 “국내기업인 에코플라스틱의 시작으로 국내 자동차부품제조사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며 “협회에서도 대체부품 인증관련 무료 컨설팅 및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에코플라스틱이 현대차 부품이 아닌 수입차 대체부품을 인증받을 수 없게 만든 ‘디자인 보호법’이 바뀌지 않는한 대체부품 시장의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완성차는 설계에 따라 달라지는 부품 디자인에 대해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다. 현행 시행되고 있는 디자인 보호법은 등록된 제품의 디자인을 20년간 보호하게 돼 있어 부품사들은 사실상 대체인증 부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올 2월 기준 자동차 부품에 대한 디자인 보호권 통계를 살펴보면 수입차가 252건에 불과한 반면 국산차는 4868건에 달한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업계 관계자는 “디자인보호권 연한을 3~5년 수준으로 낮추면 인증부품시장을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부품사들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