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사진=뉴스1DB
성과연봉제/사진=뉴스1DB

은행권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에 일환으로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섰고 시중은행이 동참하는 모양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임금체계 변경 등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내년 초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내외이사가 모두 합의했다. 세부적인 임금조율, 도입시기는 노조와의 합의한 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7월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은행 상황에 맞춰 성과연봉제를 개별 구축할 방침이다.

성과연봉제는 집단 성과체제 속에서 무임승차하는 직원에 대한 변별력을 확보하고 일 잘하는 직원에게 정당한 성과급을 지급해 조직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취지다. 

은행연합회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를 내놓은 이후 본격적으로 은행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가 협상에서 갈등을 빚었고 결국 시중은행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중단됐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노조와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 기한으로 여겼던 연말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금융노조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와 각 은행 개별 노조는 성과제 도입에 대한 반발하고 행장실을 점거하며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오늘 이사회 의결을 무조건 강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만일 강행한다면 관련 책임자는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로 규정하고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개별 은행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할 지 여부다. 정권말 주요 은행 CEO들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뒀고 개별 금융노조의 임기도 연말에 끝나는 은행이 많다. 금융노조위원장 선거 역시 오는 20월로 예정돼 현 집행부가 바뀐다.

은행권의 CEO와 주요 임원들과 개별 은행 노조의 교체시기가 맞물린 상황에 성과연봉제 합의가 원활히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은행도 CEO교체를 앞두고 굳이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강조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진행 중인 가처분신청 및 본안소송 결과도 눈 여겨봐야 한다. 기업은행지부와 산업은행지부는 본안소송 및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 냈고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캠코 지부도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올해 상반기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으나 노조와 동의 없이 이사회의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근로기준법 조항에 어긋난다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이 진행 중인 소송에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 시중은행도 성과연봉제 시행이 어려워진다"며 "강성으로 꼽히는 시중은행 노조들이 일방적인 이사회 통과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밝혀 한동안 은행의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