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의 흐름입니다.”

행복경영을 말하는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51)의 철학은 확고하다. 언뜻 보면 누구나 쉽게 내걸 수 있는 행복경영이란 단어에 그는 자신의 인생을 담았다. 그가 경영하는 휴넷 본사에서부터 행복경영의 한면을 엿볼 수 있다. 그가 회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를 불편해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마치 친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듯 거리낌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이런 회사를 만든 조 대표가 꿈꾸는 행복경영은 과연 무엇일까.


조영탁 휴넷 대표. /사진=장효원 기자
조영탁 휴넷 대표. /사진=장효원 기자

◆인생 바꾼 ‘아침 6시반’ 출근
조 대표는 사회초년생 때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행복경영의 사업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한 조 대표는 기획·회계·회장부속실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룹 내 차세대 리더 육성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래커에 선발돼 입사 7년 만에 차장까지 오른 엘리트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IMF사태를 경험하면서 오너 중심 기업의 취약성을 몸으로 체감했고 새로운 형태의 회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재벌그룹이 아닌 소액주주를 위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공모와 지인들의 투자로 1999년 휴넷을 창업했습니다. 처음 제가 보유한 지분은 3%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200명의 주주들이 나눠 가졌죠.”

그렇게 시작한 휴넷에서 조 대표는 경영컨설팅과 온라인콘텐츠판매 및 교육사업을 추진했다. 약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국제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까지 취득한 그에게는 경영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입사 1년 후부터 매일 아침 6시 반에 출근해서 공부했습니다. 대학원도 다니고 회계사 시험도 준비하느라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일찍 출근해도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었죠. 밀린 일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이 앞으로 제가 CEO가 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남들보다 몇배의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면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극복했다는 말에서 그의 경영 철학이 조금씩 보이는 듯 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그가 당당하게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사실 기업경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힘들 때일수록 더 개선시킬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좋은 기회로 여깁니다. 그렇게 따지면 역경은 하늘이 준 선물인 셈이죠.”

실제 휴넷은 올해 경영적 측면에서 고비를 맞았다. 학점은행 수업 인가가 50개 이상 탈락하면서 부문 매출이 감소하고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경영자는 구조조정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단 한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고 회사의 장기적인 계획을 구상했다.

“올해 회사가 잘 될 수 있는 찬스도 있었지만 갑자기 잘되면 우리가 자만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 큰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했고 직원들도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진제공=휴넷
/사진제공=휴넷

◆"존경받고 신뢰받는 기업가 양성"
이처럼 직원을 아끼는 조 대표의 자세가 바로 행복경영의 시작이다. 그는 주주자본주의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주주가치 극대화보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돈 버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는 직원이 이해관계자에서 첫번째라고 강조했다. 실제 휴넷은 5년 근속 직원에게 한달의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매주 금요일 ‘얼리버드데이’를 운영하는 등 직원 복지가 좋기로 소문난 회사 중 하나다.

“기업이 이윤극대화만 추구하면 부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수도 있습니다. 또 단기 이윤을 위해 기술, 교육, 투자 등에 인색하게 되죠. 그래서 생각한 게 기업 이해관계자의 행복입니다. 직원을 행복하게 해주면 직원은 고객에게 행복을 전합니다. 고객이 행복하면 회사가 잘 되고 결국 기업가치도 올라가 주주도 행복해지는 겁니다.”

이 행복경영 철학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조 대표의 노력과 경험이 일궈낸 열매다. 그는 처음 휴넷을 시작할 당시 그의 패기와는 다르게 사업이 지지부진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2003년 경영을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전세계 초일류기업과 뛰어난 경영자, 교수들을 추려서 집중적으로 천착했다.

“경영전문가라고 자신했지만 막상 직접 경영해보니 쉽지 않더군요. 매출 2억~5억원선을 몇년간 오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행복경영모델을 연구했습니다. 또 공부하면서 혼자 알기 아쉬운 것을 메일로 쓰다 보니 어느덧 14년째고 구독자도 200만명 정도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그는 ‘행복한 경영대학’을 운영 중이다. 그가 연구하고 경험한 행복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벌써 60개 기업 CEO가 과정을 이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런 행복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1만개까지 늘리는 게 조 대표의 꿈이다.

“기업가들이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존경받고 신뢰를 받는 기업가는 드뭅니다. 만약 모든 이해관계자의 박수를 받는 기업가가 1만명이 생긴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