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리안츠생명
/사진=알리안츠생명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 지붕 아래 동양생명과 함께 살림을 차린다. 중국 보험감독당국의 해외투자 승인만 받으면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의 공식적인 대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생명까지 모두 품게 됐다. 보험업계는 안방보험이 당분간 양사를 투트랙으로 운영하다가 조금씩 합병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본다.

◆합병 ‘초읽기’… 지각변동 예고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중국 안방그룹홀딩스(안방보험 100% 자회사)의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의 대주주 자격을 최종 승인했다. 안방보험이 금융위에 알리안츠생명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지 4개월 만이다.

알리안츠생명은 다음달 10일 전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새 이사진을 선임할 계획이다. 중국 보험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이사진에 본사 인사를 앉혀 직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모두 보유함에 따라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양사 합병설이 나돈다. 지난달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는데 여기에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안방생명이 아닌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안방그룹홀딩스가 동원됐다. 이로써 안방보험은 안방그룹홀딩스가 동양생명 지분 33%와 알리안츠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를 형성해 합병이 수월하도록 만들었다. 


인수절차가 끝나면 알리안츠생명은 사명을 바꿔야 한다. 모기업인 알리안츠그룹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 아니면 ‘알리안츠’라는 명칭을 허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동양생명과의 합병설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명을 바꿀 경우 간판, 마케팅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든다”며 “안방보험은 비용을 최대한 줄일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알리안츠생명 사명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동양생명 이름을 따라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실제 양사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업계 5위 생보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자산총계는 각각 26조3000억원, 16조9000억원으로 합병 시 43조원에 이른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안방보험의 적극적인 경영 기조 아래 빠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각사 독립 경영하며 통합 수순 밟을 듯

두 회사의 합병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갱신할 때 ‘3년간 고용보장’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통상 두 회사가 인수합병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알리안츠생명 노사가 3년 고용보장을 약속한 만큼 최소 3년간은 합병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두 회사를 당장 합병하기보다는 투트랙 체제를 유지하되 몸집을 불리며 서서히 합병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방카슈랑스 관련 부서를 재편성해 방카채널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동양생명 행보를 연상케하는 움직임이어서다.

대부분의 생보사가 저금리 기조에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을 축소하는 가운데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방카슈랑스채널을 통해 오히려 저축성보험을 확대했다. 알리안츠생명도 동양생명처럼 업계와 상반된 행보를 이어갈 조짐이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우리은행 지분 4%를 매입한 것도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확대 목표와 연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년 고용보장 기간이 걸려있다 보니 당분간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각자 독립경영으로 가겠지만 그동안 안방보험은 방카채널 등을 통해 두 회사의 몸집을 최대한 불리고 다양한 투자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너지 극대화를 기다리며 합병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안방보험이 통합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