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지난 1일 오산 뷰티사업장 SC제조기술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서씨는 오산 공장에서 화장품 생산 관련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고 서성환 전 회장, 서경배 현 회장의 뒤를 서씨가 잇는 3세 경영이 본격화된 셈이다.

서씨가 이제 막 회사업무를 시작한 예비경영인인 반면 유통업계에는 이미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는 오너가 3세가 많다. 경영 전면에 나선 유통가 3세 경영인들의 성과를 살펴봤다.

(왼쪽부터)허희수 SPC 부사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 /사진제공=각 사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왼쪽부터)허희수 SPC 부사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 /사진제공=각 사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SPC 허희수, 쉐이크쉑 성공 주역
지난해 한 버거가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쉑쉑버거'가 강남에 상륙한 것. 이 버거를  성공리에 국내 론칭한 주인공은 바로 SPC그룹의 허희수 부사장이다.

지난해 여름 오픈한 '쉐이크쉑' 강남1호점은 연일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국내에 프리미엄버거 열풍을 일으켰다. 심지어 오픈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줄이 늘어설 정도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청담2호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허 부사장은 2007년 SPC그룹 파리크라상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SPC그룹 디자인센터와 마케팅전략본부, SPC삼립 마케팅, SPC클라우드 등을 거치면서 외식사업을 전문적으로 터득했고 국내 외식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전략을 구상했다. 그러다 입사 10년차를 맞은 지난해 ‘파인캐주얼’(최고급 품질·서비스·합리적인 가격·편리함을 적용한 콘셉트)을 표방한 '쉐이크쉑'을 성공리에 론칭하며 3세 경영의 서막을 알렸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의 국내 도입을 위해 5년간 미국 뉴욕과 서울을 수차례 오가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11월 임원인사에서 ‘쉐이크쉑’ 안착의 공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올해 ‘파인캐주얼’ 콘셉트를 강조한 라그릴리아, 그릭슈바인 등의 출점을 확대하며 외식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250억원 정도인 그룹 외식사업매출을 2025년까지 2000억원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SPC그룹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은 제과제빵 R&D 분야에 집중한다.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해외사업 및 제품 연구개발(R&D)과 국내 신사업 및 마케팅 등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PC그룹이 승계구도에 관해 특별한 원칙을 밝힌 바 없고 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허 부사장에게 당장 3세 경영인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는 어렵다"면서 "당분간 허 부사장 형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형제 경영'을 지속하며 후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S리테일 허연수, 편의점업계 1위 홈런

허연수 GS리테일 사장도 지난해 성공적인 경영활동을 펼쳤다. 허 사장은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남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허승조 부회장 시대가 마감된 2015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해 지난해 공격적인 점포확장에 나서며 GS리테일이 편의점업계 만년 2위 꼬리표를 떼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허 사장은 GS리테일에서 대형마트 점장, 편의점 영업부문장, 상품구매 본부장 등 다양한 요직을 거치며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았다. 편의점전문가인 허 사장 덕에 GS리테일(GS25) 편의점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4조1238억원, 영업이익 173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BGF리테일(CU)은 편의점사업부에서 3조6529억원의 매출로 영업이익 1481억원을 거둬들였다. 편의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GS리테일이 BGF리테일을 압도한 것. 공격적인 점포확장에 나선 GS25는 지난해 6월 기준 점포 1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2015년 GS리테일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하면서 생긴 재무구조 악화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앞서 2015년 8월 GS리테일은 GS건설로부터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를 76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GS리테일의 유동자산은 8500억원 정도. 7600억원에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할 정도의 자금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다. GS리테일은 결국 인수대금 납부를 위해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허 사장으로서는 올해 GS리테일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보해양조 임지선, 제2의 '부라더소다' 찾을까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도 주목받는 3세 경영인 중 한명이다. 임성우 보해양조 회장의 장녀인 임 대표는 2015년 11월 31세에 대표로 취임했다.

임 대표는 취임 이후 '아홉시반',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남성 위주의 주류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알코올 도수를 크게 낮춰 젊은 여성층을 공략한 '부라더#소다'는 대표 제품인 ‘밀키소다맛’이 출시 직후 4개월간 1000만병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4월에는 아예 355㎖ 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대표의 순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1억원, 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180억원으로 2015년 동기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새로 론칭한 '아홉시반', '잎새주부라더' 등의 부진이 이어지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임 대표의 과제는 식어버린 탄산수 열풍 속 제2의 '부라더#소다'를 찾는 일일 것으로 보인다. 안방격인 호남지역에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일도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경영을 맡는 경우가 많은 국내 대기업에서 3세의 경영능력은 회사의 존망을 넘어 국내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