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영상.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영상. /사진제공=삼성전자
1996년 모토로라 ‘스타택’ 이후 10여년간 휴대폰시장의 주류 폼팩터(형태)는 ‘폴더형’이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자 한순간에 폴더폰의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이후 비슷비슷한 폼팩터에 화면 크기·비율만 늘리거나 바꾼 스마트폰이 줄줄이 출시됐다. 10년이 흐른 2017년 ‘폴더폰’이 다시 스마트폰시장의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폴더폰이 10년 만에 권토중래하는 것일까.
◆삼성전자, 엣지 다음 타자 ‘폴더블’

2013년 삼성전자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에 대한 멋진 콘셉트 영상을 공개했다. 짧은 영상에는 카페에서 최신 IT기기로 여성을 유혹하려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한 남자가 매력적인 여성에게 다가와 블루투스 통화가 가능한 정체불명의 태블릿을 선보이며 으스대자 주인공 격인 남자는 무심한 듯 테이블에 올려놓은 태블릿을 ‘접어’ 상의 윗주머니에 넣는다. 옆자리의 여성은 놀란 표정으로 “It’s Amazing!” “Awesome!” 등의 찬사를 늘어놓는다. 접으면 스마트폰이 되고 펼치면 태블릿으로 변하는 혁신적인 기기로 남자는 여성의 명함을 받는데 성공한다. 뒤이어 등장한 또 다른 남자는 두루마리처럼 말려있다가 쫙 펼쳐지는 ‘롤러블’(Rollable) 태블릿을 선보인다.


콘셉트 영상 속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빠르면 올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출시된다는 ‘갤럭시X’(가칭)가 바로 그 모델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오’다.
지난 9일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것으로 알려진 폴더블 스마트폰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9일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것으로 알려진 폴더블 스마트폰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삼모바일, GSM아레나 등 해외 IT매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 미국 특허청에 폴더블 스마트폰의 특허를 출원했다. 가운데 부분이 접히는 긴 바 형태로 가운데 접합 부분이 둥글게 휘어진다. 지난해 11월 국내 특허청을 통해 공개된 방식과 동일하다. 공개된 스케치와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가운데 접합 부문이 로봇의 관절처럼 둥글게 말리는 구조라 접힐 때 상하단 디스플레이가 완벽하게 밀착하지는 않는다.
평소에는 반으로 접어 손쉽게 휴대하다 통화할 때는 폴더를 펼치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긴 와이드 화면이 영화 감상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X1(SM-X9000)과 X1플러스(SM-X9050) 2종의 모델로 올해 3~4분기에 출시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반으로 접으면 휴대성이 강화되는 화장품 콤팩트 스타일, 3개의 화면을 병풍처럼 접어서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오갈 수 있는 형태 등 다양한 폴더블 기기의 폼팩터를 특허 출원한 바 있다. 앞서 콘셉트 영상 말미에 소개된 두루마리 방식의 롤러블 기기 폼팩터도 특허를 냈다.

◆LG전자, ‘아웃폴딩’ 방식으로 한발 더 나간다


LG전자도 최근 미국 특허청에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를 신청해 승인받았다. 삼성전자 특허와 달리 ‘아웃폴딩’ 방식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형태는 크게 세가지로 인폴딩과 아웃폴딩, 인앤아웃폴딩이 있다. 인폴딩은 앞서 삼성전자 콘셉트 영상에서처럼 안으로 접는 방식이고, 아웃폴딩은 디스플레이를 외부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바깥을 향해 접는 방식이다. 인앤아웃폴딩은 말그대로 안쪽과 바깥쪽 모두 접을 수 있는 방식이다. 기술적 난이도는 ‘인앤아웃폴딩 > 아웃폴딩> 인폴딩’ 순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특허 출원한 아웃폴딩 방식 폴더블 스마트폰 컨셉트 스케치. /사진=LG전자
LG전자가 특허 출원한 아웃폴딩 방식 폴더블 스마트폰 컨셉트 스케치. /사진=LG전자

LG전자는 아웃폴딩을 구현하기 위해 종이처럼 자유롭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으면 5.5인치 스마트폰, 펼치면 7인치 정사각형 화면의 태블릿이 되며, 접으면 측면부의 디스플레이는 알림표시줄과 조작버튼 등으로 활용된다. 디스플레이가 접힐 때 본체의 카메라, 지문인식센서, 파워버튼 등이 드러나며 펼치면 해당 부분이 감춰진다. 제품 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올 4분기쯤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레노버·오포·MS도 ‘폴더블’ 준비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에 열을 올린다. 특히 중국기업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레노버는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레노버 테크 월드’에서 폴더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여성 유튜버 메건 맥카시는 “제 옷엔 주머니가 없는데 스마트폰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팔에 차면 되지요”라며 손목에 착 감기는 ‘벤더블’(Bendable) 스마트폰 시제품을 소개했다. 이어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 태블릿 시제품도 선보였다. 벤더블 스마트폰의 경우 완전히 접히는 폴더블 방식은 아니지만 기술적 난이도는 비슷한 수준인 데다 웨어러블 기기로의 활용성도 추구할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2016년 6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레노보 행사에서 여성 유튜버 메건 맥카시가 공개한 벤더블 스마트폰과 폴더블 태블릿. /사진=레노보
2016년 6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레노보 행사에서 여성 유튜버 메건 맥카시가 공개한 벤더블 스마트폰과 폴더블 태블릿. /사진=레노보

또다른 중국기업 오포(Oppo)도 지난해 5월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오포의 시제품은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미니 태블릿 사이즈였고 접합부의 구조가 다소 부자연스러워보였지만 기술력을 과시하기엔 충분했다.
지난 17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특허청에 2014년 제출한 특허출원서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 기기로 연결부위는 레노버 태블릿 ‘요가’와 흡사했다. 차세대 서피스폰의 콘셉트 모델로 추정된다.

노키아와 애플도 폴더블 기기의 특허를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2017년은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온다 해서 무조건 흥행이 약속된 것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기기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아 출시되더라도 당분간은 가격만 비싸고 고장이 잦은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황에 맞게 앱 디자인도 바뀌어야 활용성이 높아지겠지만 이 역시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