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의 양대산맥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잇따라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른 원자재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것. 이미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지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철강재 수출단가는 2014년 12월 이후 2년 만에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철강재의 단가 증감률은 지난해 10월 3.0%, 11월 7.6%, 12월 8.2%에 이어 올 1월 10.5%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철광석 가격은 미화 58.6달러, 73.1달러, 80.4달러, 81.9달러로 올랐다. 철강재 수출단가는 지난해 1월 톤당 678달러에서 올 1월 755달러로 11.4% 비싸졌다. 각국의 수입규제로 수출물량이 줄었음에도 국제가격과 원료가격 상승으로 철강재 단가가 꾸준히 오른 것이다.


P110유정용강관. /사진제공=현대제철
P110유정용강관. /사진제공=현대제철

◆변화의 기점, 2016 4Q

포스코는 지난달 25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3조835억원, 영업이익 2조84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부가가치제품의 판매가 늘었고 이와 함께 비용절감 등 내부수익 창출활동으로 2011년 이후 영업이익률 두자릿수(18.0%)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주력으로 내세운 고유의 고부가가치제품인 WP(월드프리미엄)제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326만3000톤이 늘어난 1597만3000톤으로 사상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판매비중도 47.3%로 높아졌다.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도 전년대비 61% 증가한 390만톤이었다.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8% 증가한 15조17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8.5% 늘어난 4717억원이다.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2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7.7% 개선돼 2조6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평가한다. 4분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기대에 부응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30%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원료탄 가격에 따른 원가상승과 판매가격 인상의 시차 때문으로 해석했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의 4분기 탄소강 원재료 투입비용이 톤당 4만원쯤 증가한 반면 평균매매단가(ASP)는 1만4000원 상승에 그쳤다고 추정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최종 철강제품가격 대비 원료가격의 차이가 1조2000억원가량 축소된 불황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제철의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한 16조6915억원, 영업이익은 1.3% 감소한 1조4450억원이다. 지난해 초고장력강판과 내진용 형강 등 고부가제품의 판매비중을 높이고 당진 No.2CGL의 조기 상업생산을 통해 초고장력강판의 수요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종속회사의 안정적 실적에 힘입어 양호한 경영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8.2% 늘어난 4조6586억원, 영업이익은 3874억원으로 7.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대체로 증권사의 기대치에 부합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장 수요와 글로벌 가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지난해 하반기 원재료가격이 올라 이를 4분기부터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분위기”라며 “올해는 경영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근. /사진제공=현대제철
철근. /사진제공=현대제철

◆연이은 가격인상, 실적개선 기대감

철강업계는 올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제품가격인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실적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증권사들도 긍정적인 분석을 연이어 내놨다. 두 회사는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반영한 제품가격을 두고 고객사와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특히 최근 중요도가 크게 높아진 자동차강판의 가격인상을 중점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에 ASP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강 원재료비가 톤당 6만원 증가하는 반면 ASP는 8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한화투자증권은 포스코의 제품가격인상에 더해 구조조정상황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까지 목표 149건 중 126건(85%)이 마무리됐고 올해는 구조조정을 끝마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구조가 보다 건실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 목표로 연결기준 54조8000억원, 별도기준 25조6000억원을 책정했다. 아울러 지난해보다 연결기준 3조5000억원, 별도기준 2조6000억원의 투자비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인상분이 제품가격인상으로 반영되는 건 보통 3개월 시차가 있다”면서 “꾸준히 가격조정노력을 기울인 만큼 개선된 실적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건설사들과 1분기 철강가격협상을 소폭 인상하는 방향으로 마무리지었다. 따라서 2년째 제자리수준인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의 제품가격인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격인상 여부가 주목된다.

이에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은 이미 시작됐고 인상폭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원자재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만큼 납품가격도 조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겨울임에도 기온이 낮지 않아 건설업계의 철강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점도 올 실적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현대제철은 올해 수익성 위주의 영업활동을 벌여 신규시장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봉형강류 4.3%, 판재류 부문에서 2.9%의 매출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약 70만톤(3.4%) 증가한 2130만톤을 목표로 삼았다.

철강업계에선 중국 철강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금이 국내업계에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빅2 철강사의 제품가격이 조정되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상반기 중 철강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돼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