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

파산선고를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진해운. 세계 5위 선사로 활약했지만 '초보 선장'의 경험미숙으로 암초를 피하지 못했고 배엔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위태로운 상황임을 감지한 '베테랑 선장'이 키를 잡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구조대가 미적거리는 사이 배는 결국 가라앉고 말았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2006년 11월 남편인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작고한 뒤 2007년부터 8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업계에선 최 전 회장이 경영에 나섰을 당시 추진한 장기 용선계약이 조선·해운업 경기악화와 맞물렸고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고 본다. 최 전 회장의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해운을 이끌었다. 에쓰오일 주식을 팔고 계열사를 동원해 2조원을 투입하며 급한 불을 끄려 했지만 정부지원을 앞세운 해외 경쟁사의 저가공세를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물류대란을 맞아서는 자신의 사재 400억원과 대한항공을 통한 60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600억원이 ‘배임’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해석에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지원을 결정해 물류대란을 해결하려 노력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4월 채권단에게 경영권을 넘기며 다양한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미흡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 조 회장이 “최선을 다했다”고 선을 그은 배경이다. 지난해 8월 채권단 지원이 끊겨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을 모색하던 한진해운은 결국 지난 2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로 파산에 직면했다. 이로써 국내 1위 국적선사는 40년간 개척한 해운시장을 잃었고 수천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해운을 잃은 육해공 물류기업 한진그룹 조 회장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