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국악원장. /자료사진=뉴시스
김해숙 국악원장. /자료사진=뉴시스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집행을 시인했다.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은 오늘(7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우면당 재개관 기자 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집행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립국악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라 지시가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당시 (블랙리스트 집행) 흐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2015년 11월6일 진행하려던 자체 기획 공연 금요공감 프로그램 '소월산천'과 관련해 박근형 연출가를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국립국악원은 당시 '소월산천' 공연을 주도한 국악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에 협업 단체로 이름을 올린 극단 골목길(예술감독 박근형)이 출연하는 연극 부문을 빼고 공연을 재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에 국립국악원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소월산천' 공연 자체를 취소했고,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정영두 안무가는 항의 차원에서 자신이 출연하려던 국립국악원 공연을 취소하면서 1인 항의 시위를 했다.


박 연출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2015 창작산실-우수 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에서 그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선정됐지만, 과거 연출한 작품 '개구리'에서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를 강요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특정 정치 성향의 예술가들을 국공립 기관의 지원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었다.

김 원장은 이날 '박 연출가의 배제가 공연장 특성에 따른 일'이라는 국립국악원의 애초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문체부의 배제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당시 KBS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으로 미국 출장 중이었고, 귀국 이후 담당 간부 직원에게 '앙상블 시나위'가 '소월산천' 공연과 관련해 자연 음향 국악 공연장에 맞지 않는 공연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다.

김 원장은 "'소월산천' 공연을 보고한 간부 직원이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이런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나는 (블랙리스트를 시사하는) 그 분의 말뜻이 무엇인지 잘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장의 입장에서 국립국악원이라는 조직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원만하게 잘 해결하고 싶었으나, (블랙리스트 논란이라는) 소낙비를 맞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