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기기’평가에 성장 주춤
전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2014년 460만대에서 2015년 2080만대로 5배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2110만대로 1.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스마트워치가 등장 초기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구매자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활용성 부족’이다. 구매자들은 스마트워치가 ‘시계와 스마트폰 그 이상’이길 원하는데 실제로는 시계로 쓰기도 힘들고 스마트폰을 대체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기기다.
애플워치 사용자 이모씨(39)는 주변 사람들에게 스마트워치를 추천하지 않는다. “비싼 값을 주고 살 만큼 뛰어난 이득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스마트워치를 사용해 좋은 건 새로운 기기를 사용한다는 자기만족과 문자메시지를 잘 놓치지 않는다는 점 외엔 딱히 없다”고 말한다.
![]() |
/사진=이미지투데이 |
실사용자들이 불만을 쏟아낸 부분은 배터리 용량 및 충전의 어려움이다. 기어S시리즈를 오랫동안 사용한 강모씨(32)는 “매일 잠들기 전 양치질 외에도 두가지 할 일이 더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충전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LG워치 사용자인 박모씨(37)도 “하루에 한번 이상 충전해야 하는데 등산이라도 가면 충전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디자인에 불만을 갖는 사용자도 많다. 초창기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를 사용했던 김모씨(43)는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었다”며 “그래도 맘에 들어 차고 다녔는데 주변에서 쏟아지는 관심이 지나쳐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애플워치 사용자인 박모씨(29)는 “나름 튀는 기기라 드러내놓고 사용했지만 시계와 별 차이없는 디자인 때문인지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트니스트래커’ 역할 벗어나야
시장이 작고 성장이 정체됐음에도 스마트워치 수요는 꾸준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IT매체 씨넷 조사에 따르면 성장하면서 기술혁신을 경험한 세대는 TV, 태블릿PC, 노트북보다 스마트워치를 더 구입하고 싶어한다.
스마트워치업체들은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고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워치를 보면 이런 업계의 상황과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최신 스마트워치 기종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인 삼성전자 기어S3의 경우 전작인 기어S2보다 52% 향상된 380mAh 배터리 용량을 갖췄다. LG전자의 LG워치는 430mAh로 독보적인 용량을 자랑한다. 다른 스마트워치보다 100mAh가량 많다. 애플도 246mAh에 불과했던 배터리 용량을 애플워치2에서 334mAh로 늘렸다.
신작 스마트워치 사용자들에 따르면 배터리 문제는 확연히 개선됐다는 평이다. 하루가 채 못가던 배터리가 이틀 가까이 사용 가능해져 짧은 여행에 충전기를 들고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또 다른 단점으로 지적된 디자인도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다. 기어S3는 일반 시계와 흡사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LG워치도 이전 모델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채용해 군더더기를 없앴다. 애플의 경우 전작의 디자인이 사용자의 호평을 받아 그대로 채용했다.
스마트워치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던 활용성도 시계 자체의 기능을 충족하면서 개선 중이다. 우선 기어S3는 삼성페이를 완벽하게 지원하면서 활용성을 높였다. 전작인 기어S2에서는 NFC방식만 지원했지만 기어S3는 MST방식도 지원해 지갑은 물론 스마트폰도 꺼낼 필요가 없다. LG워치는 안드로이드웨어 2.0의, 음성인식 비서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워치는 애플의 다른 기기들과 연동성을 강화했다.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맥북 근처로 가면 자동으로 잠금이 해제되는 기능이 대표적인 예다.
![]() |
신작 스마트워치의 다양한 활용성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시장의 성장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급선무는 현재의 단순한 ‘피트니스트래커’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뚜렷한 변화가 없는 스마트워치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며 “소비자가 열광할 수 있는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최고급 하드웨어와 미려한 디자인도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