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빚이 사상 최대치인 13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중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상호금융·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대출심사 강화를 앞두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카드사 판매신용)은 134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분기(9월) 말보다 47조7000억원(3.7%) 늘어나며 증가폭도 사상 최대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7%(141조2000억원) 급증했다.


가계부채 증가폭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전분기 대비 3.1%(37조원) 증가한 데 이어 4분기 말에는 3.5%(42조9000억원) 늘었다. 4분기 말 총 가계부채는 127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7%(133조6000억원) 증가했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의 각종 가계대출 억제정책에도 지난해 가계빚이 역대 최대로 늘어난 건 은행의 대출문턱을 통과하지 못한 저신용·저소득층이 제2금융권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제2금융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예고하며 선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기 전 대출을 먼저 받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 가계부채 증가세는 주춤해진 반면 제2금융권 가계부채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 대출 증가폭은 53조7000억원으로 1년 전(44조1000억원)보다 21.8% 증가한 데 반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13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40.6% 급증했다. 비은행권 외에도 카드사 등 나머지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까지 고려하면 대출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뇌관’ 제2금융 조이기… 문제는 ‘풍선효과’

문제는 앞으로 제2금융권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받기 어려워지면 저신용자의 경우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13일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은행·보험사에 이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분할상환과 소득심사 강화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어 4월에는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자산건전성 감독기준을 강화한다. 대출조건과 연체 판단 기준을 은행과 상호금융 수준으로 올려 대출심사가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에서 탈락한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경우 지난해 기준 평균 110.9%의 금리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용도는 사업자금이 48.8%로 가장 많았으며 가계생활자금(36.1%)이 뒤를 이었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608만원으로 집계됐다. 저신용자이면서 저소득층이 불법사금융을 많이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중요한 건 국민의 대출수요가 왜 일어나는지를 봐야하는 것인데 가계부채 총량만 규제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건 단편적인 정책”이라며 “특정 금융기관의 대출 통로를 차단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이 이뤄지다 보니 각종 변칙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정책으로는 저소득층은 대부업이나 불법사체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