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사드 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경제동맹 중국과 안보동맹 미국 사이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유통·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쇠약해진 우리 경제가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머니S>가 한반도를 강타한 사드 폭풍의 실상과 대책을 알아봤다. 첫 타깃이 된 롯데그룹과 관광산업의 피해를 짚어보고 정부의 대응태세도 점검했다. 또 증시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도 검토했다.<편집자주>
“메르스 사태보다 더해요. 중국인이 50% 정도는 줄어든 것 같아요.” (명동 상인)
“중국업체와 60억짜리 판매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았어요. 위에서 한국하곤 무조건 거래하지 말라고 했다더군요.” (뷰티 제조업체 관계자)
“시중은행 중국법인장들이 지난 주말 귀국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죠.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내기업 매출이 떨어지면 은행들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니까요.” (금융권 관계자)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의 보복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사드발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여행을 전면 금지시키는가 하면 해커그룹이 한국기업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등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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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쯔보 보산구 롯데마트에서 반한 시위하는 중국인. /사진=머니S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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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더주시에 있는 대형슈퍼마켓 ‘더바이’. /사진=머니S DB |
◆ 롯데 수난시대… 중국사업 ‘된서리’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통업계다. 그중에서도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집중 표적이다. 중국 내 매장의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된 롯데마트를 넘어 롯데제과, 롯데칠성은 물론 롯데면세점까지 여파가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점포 가운데 랴오닝성 단둥시 완다점·둥강점, 화동지역 상하이시의 샤오샨점 등 55곳이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했다. 사유는 대부분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 매장별로 기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한달 정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55개점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달간 이어진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나머지 매장도 소방점검 등을 받는 상황이라 앞으로 영업정지 매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롯데제과도 영업정지 처분으로 곤욕을 치렀다. 미국 허쉬사와 합작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공장이 최근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을 받은 뒤 “한달 동안 영업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제품은 중국의 통관중단 조치로 수출이 전량 지연 중이고 유커(중국인관광객) 매출 비중이 80%에 달했던 롯데면세점은 중국정부의 여행금지령 직후 유커 발길이 50% 이상 줄어 당장 이달 매출부터 급락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제품은 중국의 통관중단 조치로 수출이 전량 지연 중이고 유커(중국인관광객) 매출 비중이 80%에 달했던 롯데면세점은 중국정부의 여행금지령 직후 유커 발길이 50% 이상 줄어 당장 이달 매출부터 급락이 예상된다.
중국 내 이마트의 철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마트는 사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상하이 점포 1곳을 폐점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좋지 않아 다음달 임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문을 닫기로 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 이로써 한때 27개까지 늘었던 중국 내 이마트 점포수는 현재 7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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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해진 명동. /사진= 임한별 기자 |
◆ 화장품·식품·IT 등 전방위 확산
중국이라는 거대시장 진출에 사활을 거는 국내 화장품업체들도 사드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논란이 제기된 지난해 말부터 화장품 수출 위생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무역제재 수위를 높이는 등 보복을 가해왔다.
최근에는 K-뷰티브랜드 1위인 아모레퍼시픽 제품 3종까지 ▲제출 서류 미비 ▲포장 불합격 ▲미생물 수 초과 등의 이유로 수입 불허 판정을 받으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상태다. 사드 배치 발표 후 중소업체 화장품 수입이 중단된 적은 있지만 국내 대형 화장품 수입이 불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업계에도 중국정부의 압력이 가해졌다. 중국 국유 유통업체인 화룬완자와 텐홍쇼핑몰 등은 한국식품 판촉행사와 신규 입점 거부를 선언했고, 태국계 유통업체인 로터스는 광둥성 33개 매장에서 열기로 했던 한국식품 판촉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급기야 프랑스 계열의 대형유통기업인 까르푸가 한국산 유제품에 대해 취급중단 조치를 내렸다. 까르푸는 서울우유, 연세우유 등 한국산 유제품 납품을 거절하고 앞으로 모든 한국산 제품을 매장에서 뺄 계획이다.
사드 불똥은 IT업계로도 튀는 양상이다. 중국의 IT·게임기업 텐센트는 지난 8일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기업에 텐센트가 제공할 수 있는 홍보솔루션을 소개하는 자리인데 행사를 코앞에 두고 취소해 최근 사드 여파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관광객 뚝… 하늘·바닷길 사라진다
국내 항공업계도 보복 대상이다. 중국 대형여행사인 랴오닝스지, 캉후이 여행사 등이 이달 15일부터 국내 여행사와 연계한 양국 간 항공편 승객 송출을 중단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한국 국적기와 중국 남방항공 등에 한국 관광상품을 통한 관광객 송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유커가 20% 감소하고 올 한해로는 7%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올 2분기에 중국인 입국자가 최대 50∼70%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커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크루즈선이 제주 기항 일정을 잇따라 취소하면서 하늘길에 이어 바닷길도 끊어지는 양상이다. 실제 제주도는 중국에서 출항해 제주에 기항 예정인 이탈리아 국적의 코스타 크루즈선이 오는 16일부터 6월30일까지의 일정을 전면취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관광·숙박업계는 한국행 금지령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회생한 듯했던 시장이 경기 위축으로 냉각기에 접어든데다 중국인 매출 의존도만 키워온 업체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국인 상대 A숙박업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중국인 예약률이 40%가량 줄었고 3~4월 객실 취소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15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인이 안온다고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울분을 토했다.
B여행사 관계자도 “관광철을 앞두고 비상이다. 15일 이후 휴업에 들어가는 여행사들이 생길 정도”라며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는 중국 내 한국관광 금지조치(금한령)는 물론 중국인의 반한 분위기까지 민감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