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자산증식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출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애물단지가 됐다. 금융권 일선에서는 ISA를 고객에게 추천하지 않은지 오래다. 유동성 부족과 낮은 과세혜택으로 투자메리트가 없어서다. 그러는 사이 ISA의 수익률은 금융사의 모델포트폴리오(MP)별로 점차 격차가 벌어졌다. 따라서 ISA에 이미 가입한 투자자들은 계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진=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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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터 -1%까지… 수익 격차 확대
ISA의 약 1년간 누적수익률은 업권·회사별로 점차 차이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총 25개사가 운용하는 일임형 ISA 201개 MP의 출시 이후 평균 누적수익률은 평균 2.08%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증권사 일임형 ISA의 평균 누적수익률이 2.69%로 은행(1.01%)보다 높았다. 유형별로는 위험도가 클수록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초고위험 MP의 평균 누적수익률은 4.45%를 기록한 반면 초저위험 MP는 1.02%를 나타냈다.


다만 같은 위험 수준에서도 개별 금융사별로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초고위험 MP의 누적수익률은 최고 11.49%에서 최저 -0.83%까지 격차가 벌어졌고 초저위험 MP의 누적수익률은 2.58%에서 0.05%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였고 특히 해외선진국의 주가상승에 힘입어 높은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누적수익률 최상위권에 랭크된 ISA MP는 HMC투자증권의 ‘고수익추구형 A1(선진국형)’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6월 전체 ISA의 수익률을 공개했을 때부터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렀다. MP를 보면 선진국하이일드와 미국고배당상품이 30%, 유럽 및 섹터펀드가 20%를 차지했다. 신상윤 HMC투자증권 상품전략팀 차장은 “유럽과 미국 위주의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했다”며 “잦은 리밸런싱으로 생기는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초 MP 설정 시 배분된 상품군을 최대한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누적수익률 기준 10.59%를 기록하며 선두권을 차지했다. 키움증권 ‘기본투자형(초고위험)’ ISA 상품은 3개월, 6개월, 9개월 기준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각각 6.87%, 7.75%, 9.77%다. 3개월 수익률로 따지면 석달 연속 1위를 이어갔다.


이 상품의 주식형펀드 배분 역시 선진국형펀드가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민석주 키움증권 투자솔루션팀장은 “MP 운용역과 리서치센터 글로벌전략팀이 매주 운용회의를 열어 자산배분 및 운용현황을 점검하고 대내외 시장 이벤트 발생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저수익률을 기록한 ISA는 KB국민은행의 ‘만능 ISA 고수익추구 A형(적극배분형)’이다. 이 상품은 은행의 투자일임업 라이선스 취득문제로 ISA 도입일보다 약 한달 늦게 출시됐다. 어렵게 출시됐지만 저조한 수익률을 이어가 최근 6개월, 9개월 수익률이 -2.8%, -1.26%를 기록했다. ISA 운용수수료가 0.6%임을 고려하면 연간 2%대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업계는 은행의 자산운용인력이 부족한 점을 손실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은행은 금융투자회사와 달리 운용성과에 따른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찬밥 된 ISA-중] 유지할까, '이사' 갈까

◆PB도 추천 안하는 ‘ISA’
이처럼 ISA도 투자상품인 만큼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HMC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의 ISA 수익률도 최근 선진국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ISA는 3~5년간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어서 장기전망이 중요하다. 이은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보고서에서 “횡보세를 보였던 지난 2년이 오히려 쉬어가는 구간이었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증시가 앞으로 다시 장기랠리 사이클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에 대한 긍정적 분석이 나왔음에도 지난 1년간 기록한 수익률을 토대로 앞으로의 5년 수익률을 가늠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단기적으로 손실을 기록하더라도 3~5년 기준으로 보면 큰 수익을 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운용되는 ISA 상품을 보면 아직 1년 만기 환매조건부채권(RP)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각 회사의 ISA 수익률 성적표를 분기별로 공개하면서 고객을 끌기 위해 단기 수익추구형 MP를 설정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일선에 근무하는 PB들도 선뜻 ISA를 추천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 5년까지 자금이 묶여 유동성이 떨어지는데 그에 따른 세제혜택도 사실상 미미하기 때문이다. ISA보다 더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많아 굳이 ISA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사 PB는 “ISA 도입 초기 회사의 지침에 따라 고객을 유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실을 본 고객의 해지문의가 더 많아졌다”며 “사실 ISA보다 ELS(주가연계증권)나 펀드, 자사에서 운영하는 랩어카운트 등의 상품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ISA가 소외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미 ISA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굳이 해지할 필요 없이 ISA 개정안이 나온 후 계좌이동제를 활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는 ISA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계좌이동제를 도입했다. 타 금융사의 ISA 계좌로 이동하더라도 기존에 부여된 비과세·손익통산 등의 세제혜택이 그대로 유지되고 가입기간도 기존 계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제도다. 더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상품이나 ISA 시즌2가 도입되면 자유롭게 계좌를 이동할 수 있다.

이 경우 편입상품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3년 만기의 ELS가 ISA에 편입된 경우 계좌이동 시 ELS 중도환매수수료가 발생한다. 계좌이동제가 편입상품을 통째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기존 금융사에서 계좌를 해지하고 새로운 계좌를 다시 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