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경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졌다. 통장개설이나 금융상품 가입 때 태블릿PC로 서명하고 플라스틱카드 대신 모바일카드로 결제하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맞추기 위해 내부조직 개편에 나섰다.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센터 등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기존의 조직운영체계와 의사결정과정도 디지털체제로 바꿨다. 인사조직을 통해 급변하는 디지털환경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협업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스타트업의 젊은 기술력을 지원해 육성시키고 금융환경에 접목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 비즈니스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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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금융환경 이끌 ‘디지털조직’ 개편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를 통해 디지털금융을 이끌 방침이다. 빅데이터 선두주자는 신한카드다. 2013년 빅데이터경영을 본격화한 이 회사는 현재 2200만 고객의 방대한 카드사용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서비스한다.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의사결정을 내리고 영업지원 보고서를 펴내는 등 빅데이터금융을 선도하고 있다.
올 초에는 전사 디지털 혁신 추진을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부문급 조직을 재편하고 산하부서로 총괄추진부서인 디지털혁신팀과 인공지능(AI)·디지털 신기술을 연구하는 AI랩 등 디지털전담부서를 전진배치했다. 사내조직문화도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기업처럼 스타트업형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디지털을 화두로 조직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위성호 신임 신한은행장은 지난 7일 취임사에서 “인재도 스펙 위주가 아니라 디지털·글로벌 ICT에 맞게 선발하는 정책이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사장 재임시절 디지털 혁신을 경험했던 위 행장이 신한은행에도 이를 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품·서비스 역량을 높여 미래성장동력인 디지털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KB금융 계열사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편 데이터분석 기능을 확대했다.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하고 데이터분석부를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KB금융은 지주·은행·카드·손해보험 등 모든 계열사의 데이터 분석조직 구축을 완료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추진한 조직개편 중 눈에 띄는 것은 KEB하나은행의 미래금융사업본부 소속 부서를 미래금융사업부로 통합한 점이다. 또 프로젝트 중심의 혁신조직인 셀조직 운영을 도입했다. 셀부문 소속 직원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합치거나 분리하는 등 유연한 인원이동이 가능하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유연화함으로써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 적응하겠다는 전략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해를 ‘농협금융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금융지주·계열사 조직을 전면개편했다. 글로벌사업·디지털금융·은퇴금융 역량을 강화해 사업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디지털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지주 디지털금융단, 은행 디지털뱅킹본부·핀테크사업부·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핀테크를 활용한 비대면채널 영업력을 높이고 빅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ICT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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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기업 육성, 금융권에 접목 ‘윈윈’

금융권은 최근 핀테크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핀테크기업으로선 금융회사로부터 투자받아 성장의 발판을 만들고 금융회사는 신기술을 접목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어 윈윈이다. 기술과 금융의 상생모델을 구축한 것.
KB금융은 2015년 3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KB핀테크허브센터를 출범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KB금융 내 여러 계열사를 방문할 필요 없이 센터만 통하면 계열사와 연계되도록 했다. 지난해 말까지 총 220개 기업과 접촉한 결과 20개 기업을 ‘KB스타터스’(Starters)로 선정, 집중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1월에는 핀테크 지원 중심의 KB핀테크허브센터를 신기술 인큐베이션 프로세스 전담운영조직인 KB이노베이션허브센터로 확대했다.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해 신속하고 상시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고객접점채널이 변하는 만큼 AI·블록체인·사물인터넷(IoT)·오픈API 등의 기술을 융합하고 금융비즈니스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핀테크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KB오아이스멘토단과 투자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전략 키워드는 속도·지속성·오픈형 혁신”이라며 “이를 위해선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들과 협력해 앞으로 디지털혁신을 이뤄 미래금융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도 2015년 5월 잠재력 있는 국내 핀테크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핀테크 협업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을 출범했다. 핀테크기업을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투자자 유치와 비즈니스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핀테크기업과 혁신적인 기술로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냄으로써 신한퓨처스랩이 기술과 금융의 상생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신한퓨처스랩을 지원하기 위해 신한금융은 그룹 임원진과 기술·특허·법률·해외시장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멘토단을 꾸린다. 또 핵심의사결정을 수행하는 SFL운영위원회와 기술개발·ICT관점의 지원사항을 도출하기 위한 기술지원협의체도 구성했다.

신한금융은 현재까지 신한퓨처스랩에 참여한 핀테크기업과 총 12건의 공동사업모델을 개발하며 1기 기업에 22억원, 2기 기업에 36억원 등 총 58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3기 업체를 선정하며 올해 퓨처스랩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상품·서비스, 조직은 물론 금융권 종사자의 생각과 업무방식도 디지털화하는 중”이라며 “새로운 핀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각 금융회사가 앞다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