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가난한 노후의 공포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노후빈곤, 길을 찾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세번째로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앞으로 닥쳐올 고령화사회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편집자주>


공적연금은 국민의 노후 생계보장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노인 10명 중 6명이 가난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에 그친다. 젊은 시절 매달 200만원을 벌었더라도 은퇴 후에는 연금액 90만원으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노후의 안전판 구실을 못하는 상황이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연금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위원장에게 연금제도 혁신방안을 들어봤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 절실

“우리나라는 노후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고령화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유일한 노후대책이 국민연금인 게 현실이죠. 그마저도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일용직, 특수고용 근로자 등에게는 남의 얘기입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도 못 내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연금을 강화해서 용돈 수준이 아닌 우리 국민이 노후를 살아가며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노후빈곤 해소수단으로 만들어야죠.”


정 위원장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제도적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의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취업을 못한 청년 등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꾸준히 내기 어렵습니다. 이들을 제도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합니다. 단발성으로 어떤 제도를 성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 등을 마련해 당사자인 노동자와 직장인, 정치권 등 각 집단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어요. 국민연금의 역할과 기능이 워낙 커져서 성급하게 해결하려고 했다가는 부작용만 야기하거나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사진=뉴시스 DB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사진=뉴시스 DB

실제 2015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바 있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수령액이 훨씬 적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게 핵심쟁점이었다. 하지만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한건의 법안도 의결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특위활동을 마무리했다. 핵심사안이었던 명목소득대체율 50% 상향조정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분 20%의 사각지대 투입은 결국 불발됐다.
“2015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던 때 공적연금 강화 시도가 있었는데 저는 당시 사회기구 자격으로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 협상에 참여했어요. 당시 공무원연금개혁 절감분을 사용하는 것을 놓고 마찰이 빚어졌는데 결국 풀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버렸죠. 여러 상세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때는 공적연금강화특별위원회 활동기한도 너무 촉박했어요. 이번에 다시 논의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노후소득보장에 초점을 맞춰 성의있게 합의했으면 좋겠어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5% 고정해야

특히 정 위원장은 공무원연금에 비해 수령액이 훨씬 적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988년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70%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45%까지 낮아졌죠. 게다가 이것은 40년간 꼬박꼬박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보장되는 명목소득대체율이고 실제로 국민연금수급자가 받게 될 실질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가입자의 평균가입기간인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예컨대 평균소득이 200만원인 국민연금가입자가 20년간 꾸준히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국민연금 급여로 약 40만원을 수령한다. 하지만 40만원은 현재 기준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정문제가 걸린다는 질문에 그는 “소득대체율 40%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 연금기금은 2044년 이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며 “올해 이후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할 경우 수지적자는 2043년, 적립금 보유기간은 2058년으로 수지 적자기간은 단 1년, 적립금 보유기간은 단 2년 앞당겨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금 고갈문제는 안고 가야겠지만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하더라도 재정균형 자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 위원장은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늦출 필요가 있다는 국민연금공단 산하 연구기관인 국민연금연구원 측의 방안에 난색을 표했다. 그는 “현재 만 61세인 수급개시연령도 실질적인 은퇴연령이 55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다. 여기서 더 늦춰지면 10년에 더해 2년을 더 견디라는 소리”라며 “연금고갈이 걱정된다고 수급연령을 늦추자는 안이한 발상을 할 게 아니라 국민이 ‘소득절벽’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도 그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적연금 활성화는 쉽게 말해 공적연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정부가 되레 개인과 금융사에 해답을 요구한 겁니다. 공적연금도 도입된 지 얼마 안돼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적연금이 국민의 노후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죠. 가입비중 자체도 적지만 대체로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보편화됐어요. 사적연금은 노후를 풍성하게 해줄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노후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아닙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제도 개선과 연금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한 고민이 우선시돼야죠.”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