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시론 /사진=제네바모터쇼공식홈페이지
부가티 시론 /사진=제네바모터쇼공식홈페이지

‘모터쇼’라는 말을 들으면 화려한 조명 아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자동차와 함께 이를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가 떠오른다. 물론 차 옆에서 차를 돋보이게 도와주는 남녀 모델도 모터쇼의 관심사 중 하나지만 이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자동차’고 ‘자동차’여야 한다.
모터쇼는 새로운 자동차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큰 행사다. 잘 모르는 사람은 여러 브랜드가 함께 차를 선보이는 커다란 자동차전시장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모터쇼는 행사가 열리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경제를 아우르는 ‘전시산업의 꽃’이다.

자동차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라이프스타일의 필수 아이템으로 우리네 삶에 깊이 파고들었고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삶의 동반자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런 이유로 모터쇼는 한 나라의 여러 특징을 살필 수 있는 행사로 주목받는다. 따라서 이런 자동차의 최신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모터쇼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차를 파는 공간과 비교하긴 어렵다.

2017 제네바모터쇼 현장 /사진=제네바모터쇼공식홈페이지
2017 제네바모터쇼 현장 /사진=제네바모터쇼공식홈페이지

◆제네바모터쇼, 그리고 5대 모터쇼
19일은 지난 열흘간 쉴 새 없이 달려온 제네바모터쇼의 피날레다.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매년 열리며 올해로 87회째를 맞은 제네바모터쇼는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는 180여개 브랜드가 참가해 총 900여 차종을 선보였다.

모터쇼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신차’다. 모터쇼에 전시되는 신차여도 공개 중요도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손님인 세계최초로 공개되는 차종을 월드프리미어(WP)라고 부른다.


그 다음은 특정 지역에서 처음 공개되는 차종이다. 다른 지역의 모터쇼에서 먼저 공개됐지만 또다른 지역에서 공개된 적이 없을 경우를 뜻한다. 아시아 최초공개면 아시아프리미어, 유럽 최초공개면 유러피언프리미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해당 국가에서 처음 선보이는 차종은 국가명을 붙여 코리아프리미어 등으로 부른다.

에어버스와 이탈디자인의 합작품 /사진=제네바모터쇼공식홈페이지
에어버스와 이탈디자인의 합작품 /사진=제네바모터쇼공식홈페이지

따라서 월드프리미어와 지역프리미어가 많을수록 모터쇼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고, 업체들이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쓴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제네바모터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제네바모터쇼의 프리미어는 148종이나 된다. 900여종의 전시 차종 중 약 17%가 최초공개차종이다. 특히 이 중 월드프리미어는 120종 이상이다. 이번 전시의 예상 관람객은 70만명. 그중 미디어는 1만명이다.

매해 가을이면 번갈아가며 개최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프랑스 파리모터쇼. 세계 5대 모터쇼 중에서도 선두를 다투는 만큼 쏟아지는 신차 규모도 압도적이다. 관람객도 훨씬 많다. 제네바모터쇼를 포함해 유럽 3대 모터쇼가 양과 질 모두 세계 3대 모터쇼 안에 든다.

스위스가 자동차생산국이 아님에도 이처럼 큰 전시회 역사를 이어가는 것은 자동차 강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자국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중립지대의 위상을 키우는 효과로 돌아왔다. 특정 국가의 특정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기보단 각국의 다양한 브랜드가 골고루 경쟁할 수 있다는 평이다. 물론 제네바가 원래 부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슈퍼카와 튜닝업체들도 대거 참여한다.

매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오토쇼와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모터쇼도 5대 모터쇼에 꼽힌다. 하지만 최근엔 살짝 힘이 빠진 모양새여서 그 자리를 중국 베이징모터쇼와 상하이모터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 모터쇼의 경우 양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따라올 전시회가 없을 정도다.

2015 서울모터쇼 현대차 부스 /사진=박찬규 기자
2015 서울모터쇼 현대차 부스 /사진=박찬규 기자

◆11회 맞는 서울모터쇼… 성장통 언제 끝날까
OICA(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가 공인한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모터쇼인 서울모터쇼. 1995년 1회 전시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짝수해에는 부산에서 부산모터쇼가 열리는데 OICA 공인모터쇼는 아니다.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모터쇼 규모는 어떨까. 총 165개 회사가 참가하며 27개 완성차업체가 300여종의 차를 선보인다. 모터쇼의 얼굴 월드프리미어는 3종, 아시아프리미어 16종(콘셉트카 3종 포함), 코리아프리미어 13종(콘셉트카 4종 포함)이다.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건 2005년 서울모터쇼부터다. 세계 5대 모터쇼가 간신히 100만명을 넘기는데 내수시장 규모가 180만대가 채 되지 않는 나라에서 여는 행사에 이토록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건 놀랄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외형을 키우는 데만 집중해 내실은 형편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 밀려 프리미어를 놓치기 일쑤였고 현대기아차도 중요도가 높은 콘셉트카나 신차는 해외에서 먼저 공개하며 김을 뺐다.

그런 와중에 2015년, 모터쇼 조직위원회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며 양심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관람객 100만명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2015 서울모터쇼의 관람객은 약 6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엄청난 차이다.

2015 서울모터쇼 현장 /사진=박찬규 기자
2015 서울모터쇼 현장 /사진=박찬규 기자

이런 진통을 겪으며 올해도 행사가 열린다. 내실을 다지고 자동차산업의 글로벌트렌드 제시를 위해 체험프로그램이 확대된다. 전기승용차, 연료전지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하이브리드차, 초소형전기차, 전기화물트럭과 함께 자율주행차도 전시된다. 일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시승행사도 진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이어진다. 보다 많은 업체가 자유롭게 참여하며 브랜드와 제품, 신기술을 알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겨져야 함에도 깊은 갈등의 골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타이어 3사는 참여하지 않는다. 몇몇 수입차업체도 참가를 포기했다.

화려한 쇼를 통해 소비자에게 베푼다는 측면에선 참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지만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참가할 바에 차라리 개별 행사를 여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커졌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행사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미래를 그리다, 현재를 즐기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2017 서울모터쇼는 3월31일부터 4월9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입장권은 성인 기준 1만원이며 학생(초중고)은 7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