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최근 행보가 경이롭다. 넷마블은 지난해 ‘리니지2 레볼루션’을 비롯한 여러 모바일게임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2946억원을 기록했다. 눈부신 실적에 힘입어 지난 3월20일에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5월이면 넷마블이 코스피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총 1695만3612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12만1000~15만7000원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지분가치도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번 상장이 마무리되면 방 의장은 한국게임업계 3대 부호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니지2 레볼루션. /사진제공=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사진제공=넷마블

◆게임업계 부호 순위 지각변동

3월 초까지만 해도 방 의장의 총 자산규모는 1조2254억원으로 추정됐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회장(5조4586억원), 김정주 NXC 대표(4조7902억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1조8938억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조3368억원)에 이은 5위였다. 이는 넷마블의 지분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로 넷마블이 밝힌 공모가 12만1000~15만7000원을 반영하면 방 의장의 재산은 2조5083억~3조2545억원에 달한다. 단번에 게임업계 부호 3위로 급부상하는 것.
방 의장은 사실 성공과 거리가 먼 ‘흙수저’였다. 고등학교 중퇴 후 영화 관련 사업에서 두차례 실패의 고배를 마셨던 방 의장은 인터넷 붐이 일던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하면서 게임산업에 발을 담갔다. 넷마블은 테트리스 같은 보드게임과 캐주얼게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게임, 피망 등과 함께 넷마블이 3대 게임포털의 하나로 자리를 굳히자 방 의장은 2004년 CJ그룹에 지분을 넘기며 800억원을 손에 쥐었다.


2006년엔 넷마블을 떠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개인적인 사정과 건강 악화가 주된 이유였다. 그가 떠난 후 넷마블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작 게임에서 고배를 마시는가 하면 인기 게임 퍼블리싱계약이 중단되며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당황한 CJ그룹은 방 의장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2011년 넷마블에 복귀한 방 의장의 첫 작업은 게임 플랫폼을 PC에서 모바일로 옮기는 것이었다. 모바일이 대세라고 본 방 의장의 선구안은 정확했다. ‘다함께차차차’,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 손대는 모바일게임마다 대박을 쳤다. 지난해 12월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정점을 찍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첫날 7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한달만에 20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모바일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로, 세계로… 넷마블의 모험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북미 진출을 위해 카밤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넷마블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내수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시장에서 통해야 진짜 성공을 논할 수 있다”며 “업계 1·2위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해외에서 저력을 어느 정도 입증했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글로벌시장 후발주자인 넷마블은 M&A를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방 의장은 지난 1월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모된 자금의 대부분을 M&A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히트제조기 방 의장이지만 무분별한 M&A는 기업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카밤을 인수하면서 약 95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삼성증권 등으로부터 8000억원가량을 대출 받았다. 이번 대출은 유입되는 공모자금으로 일시 상환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것이 북미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M&A 시도는 효과적이면서도 위험한 선택”이라며 “M&A는 기술격차·시장점유율과 관련된 몇몇 분야에서 빠른 추격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부실해질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임업계 판도 바꿀까

넷마블은 국내에서도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이목이 집중된 만큼 게임업계의 ‘큰 형’으로서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 데 앞장선 것.


넷마블은 지난달까지 ‘구로의 등대’로 불렸다. 야근이 게임업계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으로 직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842시간에 달했다. 특히 게임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두고는 일주일가량 회사에 머무르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는 비단 넷마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게임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게임 업데이트가 유저들이 뜸한 새벽시간에 집중되는 만큼 그 시각에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넷마블은 지난 2월13일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물론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협력사를 비롯한 넷마블 관계사들은 심야 업데이트를 포기하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넷마블은 협력사를 설득해 업계의 변화에 불을 지폈다. PC위주의 게임시장에서 모바일로 플랫폼 변화를 이끌었던 것과 같이 업계의 문화를 바꿔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각변동의 진앙지라 할 수 있는 넷마블이 게임업계를 한바탕 뒤집어 엎은 후 굳히기에 들어갔다”며 “이번 공모를 통해 게임업계 황제주로 등극한다면 국내 게임업계의 등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