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국내 면세점업계가 ‘내우외환’에 신음하고 있다. 밖으로는 주고객이었던 중국인관광객이 급감하고 안으로는 경쟁 심화와 규제 강화라는 악재가 겹쳤다. 매출절벽 앞에 선 면세업체는 저마다 중국인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내국인을 유치하느라 바쁘다. 매출 비중이 낮은 동남아나 중동 고객보다 중국인 다음으로 매출비중이 높은 내국인 고객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에는 내국인 면세한도 상향조정, 신규면세점 개점 연기 등 정책지원을 요구하며 살 길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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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들어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부. /사진=뉴시스 DB |
◆유커 잃고 내국인 잡는 면세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면세점의 중국인관광객 매출은 45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 줄었다. 이용객 수도 같은 기간 48만명에서 31만명으로 35%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가 계속되면 올해는 지난해 매출(12조2757억원)보다 최대 5조원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업계는 중국인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고심 중이다. 대부분의 면세점은 중국인관광객 다음으로 매출비중이 높은 내국인을 택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비중이 25% 수준으로 중국인 다음으로 높아서다.
신세계면세점은 한강 나들이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강 세빛섬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친다. 신세계면세점 회원은 수신한 프로모션 안내 문자를 명동점을 방문해 보여주면 신세계면세점 골드 멤버십으로 승급되며 1달러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1만원 교환권을 받는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여의도 벚꽃축제를 맞아 오는 16일까지 내국인 고객에게 선불카드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HDC신라면세점은 여행을 준비 중인 내국인을 대상으로 다음달 말까지 ‘쇼핑 기프트’, ‘고메 기프트’, ‘경품 이벤트’ 등 3가지 테마의 이벤트를 마련했다.
한강 세빛섬과 나들이객 잡는 신세계면세점. /사진제공=신세계면세점
◆한도상향 등 정책지원 요구
이처럼 내국인 잡기에 나선 면세업계는 정부에 내국인 대상 면세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000달러로 제한된 내국인 면세 구매한도를 폐지하고 600달러 면세한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액수)를 1000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 중에 내국인의 면세 구매한도를 적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우리나라 면세산업은 여전히 각종 규제에 묶여 산업 자체가 잔뜩 위축된 가운데 올 들어 사방에 악재가 가득 들어차 답답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한된 내국인 모객의 길이라도 하루 빨리 터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말 국회와 관세청 등을 방문해 이 같은 의견을 모은 건의서를 제출했다. 업권 특성상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던 면세업계로서는 달라진 모습이다. 협회가 제출한 건의서에는 내국인 구매한도 폐지 및 면세한도 상향조정 등을 비롯해 특허심사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허기간 연장(5년→ 10년) ▲기존 사업자의 면세사업 특허갱신제도 부활 ▲특허수수료의 한시적 감면 등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2014년 한차례 면세한도를 기존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린 상황이라 내국인 면세한도를 추가로 상향조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면세한도를 조정한다 해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 국내 면세업체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면세점업계 관계자들이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거나 소환이 예고된 가운데 갱신제도와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과 관련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관련법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돈다.
결국 면세점업계의 관심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쏠렸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중국의 ‘사드보복’을 멈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은 실망으로 끝났다.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고,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조차 없었다. 미∙중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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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 급감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내국인 고객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차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아 이제는 다음달 대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사업자 임대료를 감면해줘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온다. 지난해 인천공항 T1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공항 면세점 총 매출의 약 38%인 8656억원을 임대료로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