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사장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지난달 19일 간담회에서 “상장을 계기로 업계 명가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현재 국내증시에서는 ‘생보사 IPO 잔혹사’라는 말이 통용된다. 상장된 4곳의 생보사(삼성·한화·동양·미래에셋) 모두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저조한 흐름을 보여서다. 증권가와 보험업계가 이번 ING생명 상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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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본사. /사진제공=ING생명 |
◆재무건전성으로 흥행 노린다
분위기는 좋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80% 이상이 공모가 이상 금액을 써냈다. 특히 해외기관투자자의 관심이 높았다는 점에서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다. 증권가 관계자는 “ING생명의 배당성향과 재무안정성에 해외기관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물론 3만3000원의 공모가가 예상치보다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 생보사의 상장부진이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낮은 액수가 아니다”고 밝혔다.
ING생명의 체력이 튼튼한 것도 강점이다. 정 사장의 자신감도 체력에서 나온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ING생명은 지난해 총 자산규모 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업계 최상위권 수준의 재무건전성이다. 특히 RBC(지급여력비율)는 지난해 말 기준 319%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정 사장은 간담회에서 “자체 테스트 결과 IFRS17(신국제회계기준)이 시행돼도 RBC 비율이 2020년 6월 기준 300%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제기준에 맞춰 ALM(자산부채관리) 전략을 꾸준히 시행한 덕에 부채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의 말처럼 ING생명은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라 자산부채관리전략을 꾸준히 구사한 덕에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갖췄다. 장기채권 등 안전자산비율도 97%에 달한다. 또한 해외기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배당성향도 꾸준히 상승세다. ING생명은 배당성향을 2014년 45%에서 지난해 58%로 13%포인트 높였다. 주주 이익창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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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변수는 대주주 MBK?
물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상장한 생보사 4곳의 부진 때문이다. 4곳의 수요예측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상장한 미래에셋생명은 수요예측결과 경쟁률이 40.3대1이었다. 2015년 삼성생명 상장은 그해 상반기 대어급 IPO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상장 생보사는 현재 모두 당시 공모가를 하회 중이다.
2009년 생보사 중 가장 먼저 상장한 동양생명은 지난달 27일 기준 1만100원(공모가 1만4150원), 2010년 상장한 한화생명은 6140원(공모가 8200원), 같은해 상장한 삼성생명이 10만8500원(공모가 11만원), 지난해 상장한 미래에셋생명은 5650원(7500원)을 기록하며 모두 공모가를 하회했다.
이들 생보사의 부진은 IFRS17 도입과 함께 생명보험업황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탓도 크다. 저금리가 계속되며 과거 고금리 시절 대거 팔았던 금리보장형 상품의 역마진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 반면 ING생명은 비교적 금리안정기일 때 상장하고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비중도 10%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현저히 낮아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적은 편이다.
오히려 ING생명 상장의 최대 불안요소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라는 얘기가 나온다. MBK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상장하는 것이라면 ING생명의 성장동력을 위한 자금마련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ING생명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되자 상장으로 선회했다. ING생명이 공모하는 주식 3350만주는 100% 기존주주 물량(구주)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40.8%에 해당한다. 상장 후 MBK파트너스가 나머지 지분 59.2%를 매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액 회수가 당연하기 때문이다.
브랜딩 문제도 걸린다. ING그룹은 2013년 ING생명 한국법인을 매각하면서 MBK와 5년간 라이선스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ING생명이라는 사명은 내년 12월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기점으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에서 전면 손을 뗄 가능성도 상존한다. ING생명은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 위치를 유지하는 한 배당성향 50%대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이탈하면 배당성향이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우려에 정 사장은 “펀드 만기가 10년 이상이어서 MBK가 급격한 출구전략을 계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논의해 이미 만든 상태다. 3개월 정도면 리브랜딩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ING생명의 사명변경은 일단 투자자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라며 “배당성향 50% 수준의 안정적 배당은 가능하겠지만 신지급여력제도 시행까지 변수가 많아 배당성향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G생명 다음은 교보생명?
ING생명이 코스피시장 상장에서 흥행한다면 생보업계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장을 고려 중인 교보생명에게는 좋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7일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의 선제적 대비에 나섰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교보생명이 자본확충을 위해 상장을 택한다면 신용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가 평가한 교보생명의 신용등급은 ‘A1’으로 매우 높다. 자본확충과 신용도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교보생명도 이번 ING생명의 흥행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여러 자본확충방안 중 하나였다”며 “상장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ING생명이 코스피시장 상장에서 흥행한다면 생보업계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장을 고려 중인 교보생명에게는 좋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7일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의 선제적 대비에 나섰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교보생명이 자본확충을 위해 상장을 택한다면 신용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가 평가한 교보생명의 신용등급은 ‘A1’으로 매우 높다. 자본확충과 신용도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교보생명도 이번 ING생명의 흥행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여러 자본확충방안 중 하나였다”며 “상장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