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6일 2200을 넘어섰다. 1980년 초에 비해 현재의 시가총액이 37년 만에 22배가 됐다는 뜻이다. 계산해보니 연평균 8.7% 성장한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3% 정도였으니 물가가 오른 것보다 주식시장이 성장한 게 훨씬 더 빨랐다.

코스피는 2011년 초 2200을 넘은 이후 오랫 동안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다가 최근 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과거 20년 자료를 살펴보니 이번 최고가 신기록은 또 다른 면에서도 신기록이다. 신기록이 다음 신기록에 의해 경신될 때까지 걸린 시간도 신기록이다. 보통 1년 365일 중 시장이 열려 주식이 거래되는 거래일은 약 250일인데 무려 1486거래일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신기록 경신까지 걸린 시간이라는 면에서 그 다음 기록은 2005년 7월에 있었던 1359일 거래일 만의 경신이었다.


스포츠에서도 신기록 경신은 흥미로운 주제다. 1969년 이후 남자 800m 달리기 신기록 경신의 그래프를 그려본 적이 있다. 달리기 신기록은 시간에 따라 로그함수의 꼴로 줄어드는데 이로부터 신기록 경신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신체 조건의 한계로 육상 신기록을 깨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훈련을 하더라도 800m를 1초에 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코스피는 육상경기가 아니어서 상한값에 아무런 물리적 제약이 없다.

코스피 기록 경신의 그래프는 상당히 흥미롭다. 코스피 기록 경신은 육상경기와 달리 로그함수와 다른 꼴이다. 오랜 기간 한계단이 지속되다가 짧은 시간 안에 다음 계단으로 훌쩍 건너뛰는 모습이다. 두계단 사이,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신기록을 하루가 멀다 하고 경신한 시기가 있었다. 1999년 5~7월과 2005년 7월~2006년 1월에도 최고가 경신이 여러번 있었다. 2007년에도, 2011년 초에도 연달아 최고가 기록이 깨졌다. 과거 20년 동안 폭이 넓은 것만 세면 다섯개 정도의 계단이 있었다. 그중 가장 폭이 넓은 계단이 바로 최근의 코스피 최고가 경신에 해당한다.

과거 코스피 기록 경신의 패턴을 보니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한번 기록이 경신되면 한동안은 연이어 기록이 경신되는 경향이 있다. 사상 최고가 경신에 따른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미래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반복돼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선 후 몇달간 코스피 변동이 벌써 궁금하다. 주식시장에 다시 희망이 싹틀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