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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진=임한별 기자 |
금융회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금융정책 일부가 백지화될 상황에 처해서다. 가장 큰 이슈는 호봉제 중심의 보수체계에서 벗어나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성과연봉제 도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성과연봉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지성명을 내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주무부처인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노사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은 이사회 의결이라는 우회로를 거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상태다.
시중은행들은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입장 선회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7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지난해 말 긴급 이사회를 거쳐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이 ‘철회 선언’을 하며 노사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은행에서도 사측이 올해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꺼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구축한 은행연합회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여전히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호봉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는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더욱이 하 회장은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돼 6개월 안에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하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새로운 직무급제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정부가 노동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박근혜식 성과연봉제를 반대한다”면서도 “새로운 직무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직무급제가 단순히 연공서열로 임금이 올라가지 않고 실제 측정한 성과를 배분하는 성과연봉제와 방향성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인의 직무 구분과 성과 및 숙련도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할지 등 구체적인 대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성과연봉제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들이 원상복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성과주의가 대세로 떠오른 만큼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를 우선하는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인터넷은행, 추가인가까지 순항
문재인정부에선 인터넷은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새 정부 업무보고에 인터넷은행 출범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법을 통과시키면 연내 추가인가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아직까지 인터넷은행업계의 전망은 밝다. 케이뱅크가 출범 후 한달 만에 가입자 25만명을 돌파하는 성적을 거둬 은행들과의 금리경쟁을 촉발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금융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사업 참여도 후끈 달아올랐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처럼 금융권에 인터넷은행의 새바람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터넷은행 인가에는 지난해 고배를 마신 인터파크, LG유플러스, SK텔레콤도 인터넷은행 인가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과 월컴저축은행도 인터넷은행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10%(의결권은 4%로 제한)로 묶는다. 인터넷은행이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선 ICT기업 대주주의 추가 증자가 불가피하지만 은행법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은산분리 완화는 부정적이지만 인터넷은행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금융환경 조성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는 만큼 추가인가 절차는 수월할 것”이라며 “4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은행의 사금고화를 방지하는 장치를 두면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