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월성. 경주월성 서쪽 성벽에서 발굴된 인골 2구. /사진=뉴스1(문화재청 제공)
경주월성. 경주월성 서쪽 성벽에서 발굴된 인골 2구. /사진=뉴스1(문화재청 제공)

경주월성 서쪽 성벽에서 제사 당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 토우, 목간 등 중요 유물들이 한꺼번에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경주월성 발굴 현장을 공개하고 "2015년 3월부터 진행 중인 월성 정밀 발굴조사 중 서쪽 성벽의 기초층에서 제물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출토되고, 소그드인으로 추정되는 터번 쓴 토우, 병오년 간지가 정확하게 적힌 목간이 발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월성 서쪽에 있는 성벽의 축조 연대는 5세기 전후로 판단되며,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사용한 제의의 흔적이 확인됐다. 국내에서 성벽을 쌓는 과정에 인골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거지 혹은 성벽의 건축 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사용한 습속은 고대 중국에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제방이나 건물의 축조와 관련된 '인주 설화'(사람을 기둥으로 세우거나 주춧돌 아래에 묻으면 제방이나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설화)로만 전해져 오다가 이번에 그와 같은 사실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인골은 성벽을 본격적으로 쌓기 직전인 기초층에서 2구가 출토됐다. 하나는 정면으로 똑바로 누워 있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 인골을 바라보게끔 얼굴과 한쪽 팔이 약간 돌려져 있다. 두 구 모두 얼굴 주변에 수피(나무껍질)가 부분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발굴된 인골을 대상으로 자연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골의 성별·연령 등을 확인하기 위한 체질인류학적 분석, DNA 분석, 콜라겐 분석을 통한 식생활 복원, 기생충 유무 확인을 위한 골반 주변 토양 분석 등을 하고 있다.

아울러 소그드인으로 추정되는 터번 쓴 토우도 발견했다. 소드그인은 중앙아시아 소그디아나를 근거지로 하는 현재의 이란계 주민을 일컫는다. 흙으로 형상을 빚은 토우들이 다수 출토됐는데, 모양은 사람, 동물, 말 탄 사람 등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터번을 쓴 토우가 나와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터번 토우는 눈이 깊고, 끝자락이 오른쪽 팔뚝까지 내려오는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며 "팔 부분이 소매가 좁은 '카프탄'을 입고 있으며 허리가 꼭 맞아 신체 윤곽선이 드러나고 무릎을 살짝 덮은 모양인데, 당나라 시대에 '호복'이라고 불리던 소그드인 옷과 모양이 유사해 페르시아 복식의 영향을 받은 소그드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월성 해자에서는 목간도 총 7점 나왔다. 이들 목간을 통해 △목간 제작 연대와 해자를 사용한 시기 △신라 중앙정부가 지방 유력자를 통해 노동력을 동원‧감독했던 사실 △가장 이른 시기의 '이두'(우리말을 한자를 빌려 표기하던 방법의 하나) 사용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병오년'이라고 적힌 목간은 월성 해자 출토 목간 중 정확한 연대가 최초로 확인된 것으로, 병오년은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법흥왕13년(526년)이나 진평왕8년(586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신라 천 년 궁성인 월성의 체계적 복원을 위한 철저한 고증연구와 학술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발굴 조사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기 위해 정기적인 성과 공개, 대국민 현장 설명회, 사진 공모전, 학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국민과 함께 발굴 성과를 공유하고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