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의 환전·송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 모바일 경쟁이 뜨겁다. 고객 외국환 거래에 따른 수수료 이익을 얻고 비대면 거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다음달에는 카카오뱅크와 일부 핀테크업체도 핀테크기술을 내세워 해외송금시장에 뛰어든다. 은행의 전유물로 불리던 송금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치열한 모바일환전, 선전하는 KB·신한
은행권 환전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방향이 이동하는 추세다. 은행을 찾지 않아도 모바일 환전이 가능해지면서 저렴한 수수료를 강조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그동안 은행창구에선 외국환전문은행 KEB하나은행이 가장 많은 환전금액을 유치하며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도 모바일뱅크에 환전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
이달 초 황금연휴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모바일환전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지난 1~4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환전금액은 총 52억5088만달러로 지난해 43억7573만달러 보다 20% 늘었다. KEB하나은행이 20억86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11억4542만달러, 우리은행 10억4700만달러, 신한은행 9억7246만달러로 나타났다.
다만 모바일환전은 KB국민은행이 2억7703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신한은행(2억5512만달러), KEB하나은행(2억5400만달러), 우리은행(1억420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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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DB |
모바일환전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편리한 접근성과 저렴한 수수료다. 은행 거래계좌가 없어도 가상계좌를 통해 환전하고 수수료 우대혜택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특히 환전수수료는 창구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통 모바일환전의 수수료 우대율은 30~50% 수준이지만 연휴를 앞두고 환율우대 혜택을 90%까지 확대했다. 수수료 10%만 내면 환전할 수 있으니 고객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환전할 돈을 인출하는 서비스도 확대했다. 은행창구에선 영업점 외화보유상황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만큼 환전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으나 모바일뱅크를 이용하면 ATM에서 다양한 종류의 외환을 필요한 만큼 인출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환전고객의 3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거래할 만큼 이용자 수가 늘었다”며 “수수료를 대폭 절감해 환전수수료 이익은 줄었지만 비대면거래 고객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등장, 수수료 더 내릴까
연간 14조원이 거래되는 해외송금시장도 불이 붙었다. 송금시장은 은행간 경쟁을 넘어 인터넷은행, ICT(정보통신)기업까지 넘보고 있다.
은행은 창구에서 해외송금 시 내야 하는 수수료를 3만5000원으로 책정했으나 인터넷은행은 수수료를 10%(3500원)까지 낮출 계획이다. 최대 3만2000원을 절감할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선 이득이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핀테크업체도 오는 7월부터 단독으로 소액 송금사업을 시작한다.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핀테크 기반에서만 송금이 이뤄져 수수료를 은행의 10분의1로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객이 외화를 송금할 때 환전수수료를 내야 한다. 고객의 환전요구에 따라 은행이 외환시장에 외화를 조달하는 비용이다. 미국달러는 수수료가 1.75%, 유로화는 2%, 위안화는 3~5%다. 1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하면 1만7500원을 공제하고 외화로 바꿔주는 것이다.
환전 후에는 송금수수료가 들어간다. 송금수수료는 이체금액에 따라 다른데 5000~1만원으로 형성되며 해외 현지은행과의 대차거래비용인 전신료가 추가된다. 전신료는 송금액에 상관없이 8000원가량 받는다. 100만원을 달러로 송금할 때 환전수수료(1만7500원)와 송금수수료(1만원), 전신료(8000원) 등 총 3만5500원을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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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과 핀테크업체는 환전·송금수수료를 모두 면제하고 전신료 일부만 받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고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도 송금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터넷은행처럼 마진을 포기한 대폭적인 수수료 절감은 어려워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 송금수수료는 창구대비 40% 수준으로 낮췄다”며 “인터넷은행의 파격적인 수수료가 얼마나 이어질지 상황을 지켜본 후 수수료를 내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인증 걸림돌, 해외송금 이원화 전망
아직은 송금시장에서 은행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핀테크업체에 송금시장을 열어줬으나 금융실명제 규제로 핀테크 기반 송금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울시는 센트비, 핀샷, 페이게이트 등 스타트업 3곳과 손을 잡고 핀테크 기반 송금서비스를 구축했으며 금융당국에 비대면 실명확인절차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현행 금융실명제에 따르면 핀테크업체가 단독으로 소액 해외송금 시 매번 비대면 실명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행과 달리 고객 계좌의 데이터가 없는 핀테크업체들은 이용자가 매번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객이 핀테크를 이용해 송금할 때 영상통화·신분증 전송 등 본인인증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다행스러운 건 100만원 이하 원화송금 거래는 예외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 해외 송금시장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는 저렴한 수수료에 초점을 맞춘 핀테크 송금을 이용하고 안전성과 신뢰감을 중시하는 내국인은 은행과 거래하는 등 이원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